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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재글작가 Jan 30. 2024

여자친구

여자를 믿지 마라, 예외는 있겠지만.

험난했던,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께서 대안학교로 진학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이곳은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학년이 마치는 해에는 해외연수도 나간다고 했다. 공부 외에 여러 가지 활동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값비싼 등록금과 생활비가 부담이 됐지만 부모님께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곤 믿음으로 나를 학교에 보내셨다.

낙산사 '희주네 맛집'가오리찜이 일품이다.

공부하는 습관이 없었던 나는, 책상에 30분을 앉아있는 게 곤욕이었다. 수업이 시작되면 잡생각이 들어오고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수업에 방해가 되기는 싫어서 수업 중간에 교실을 나갔다가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도 잦았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수업은 오케스트라 내에서 플루트와 기타를 배우는 수업, 그리고 태권도 수업이었다. 선생님들은 내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책상과 친해지기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시작으로 30분, 1시간, 2시간 늘려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있는 내 모습에 많은 이들이 놀라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같은 학교가 아니라 동네에서 만난 여학생이었다. 노란 머리, 빨간 입술, 화려한 네일아트 학생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과한 그 친구도 소위말하는 '노는 애'였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 학교였기 때문에 한 달 내지 두 달에 한번 집으로 보내주는 1박 2일 외박 시스템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기에 집에 가지 않고 학교 주변 동네에서 노는 친구들도 있었고, 매번 집으로 가는 친구도 있었다. 한 번은 그때 만나던 여학생을 만나러 안산에 갔다. 만남을 가진 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기에 누구든 그렇겠지만 그때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안산에 있는 대형 찜질방에 들어갔다. 당시 학생의 신분이었기에 마땅히 잘 곳이 없었는데 당시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갈 계획이었으나 노는 게 너무도 좋은 나머지 학교에 들어가는 날짜를 어기고 말았다.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 학교에서는 난리가 난 것이다. 당시 싸이월드를 할 때였는데 친구들, 선생님들이 방명록에 글을 남겼고, 글들의 내용은 꽤나 심각했다. 찜질방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집으로 가아겠다고 생각했다. 맞아 죽더라도 집으로 가야 했다. 돈도 떨어지고, 내가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저녁을 보내고 청소기 돌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옆 칸에서 잘 자라는 인사를 했던 여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씻으러 갔거나, 얼음방이나 숯가마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3~4시간쯤 잤을까 찜질방안은 조용했다. 평일 늦은 오후였기에 세네 분의 아주머니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여학생을 찾기 시작했다.

아뿔싸, 잠자리 머리맡에 두었던 지갑, 시계, 목걸이,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잠든 사이에 누가 훔쳐 간 걸까?

주위에는 cctv가 가득해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며 시도조차 할 수가 없다.


얼음방, 참숯가마, 노래방, 만화방 다닐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돌아다녔는데 여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카운터로 달려가 여사장님께 내가 만나던 여학생의 외모를 설명하며 여탕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15분쯤 지났을까? 여사장님께서는 그런 여학생이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전체 방송을 해주신다 하였다. 방송이 나갔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 여학생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뮈지?"


그날 나는 충격에 빠졌다.


첫째. 내게 내려질 퇴학이라는 처분과

둘째. 여학생이 내게 저지른 행동과

셋째. 2년이나 만났는데 갑자기 왜?


이 세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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