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는 구간은 몬하르딘(Villamayor de Monjardin)에서 출발하여 토레스델리오(Torres del Lio)로 가는 약 20Km 구간이다.
가는 길
토레스 델리오에는 오후 1시경 도착하였다.
<Torres del Lio의 알베르게 소개>
숙소명: Albergue-Hotel la Pata de Oca
숙박비: 12유로
저녁식사: 단체식사(community dinner) 15유로
<저녁식사는 파티>
저녁 7시에 식당으로 갔다. 순례자들만을 위해 식당 곁의 독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커다란 테이블에 참석자 모두가 앉았는데, 참석자들은 12명 정도...
저녁식사 테이블의 모습
스페인 바스크 사람이 리더... 그는 모국어인 바스크어와 스페인어는 말할 것 없고, 영어도 하고 이탈리아어도 잘하는 멀티능력자였다.
참고로 바스크는 로그로뇨 북쪽에 위치한 스페인의 자치주중 하나이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유명한 빌바오(Bilbao)가 바스크주의 중심도시이다. 바스크는 역사적으로 볼 때 스페인의 역사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바스크민족은 스페인의 민족과는 다르며, 언어도 바스크어라는 고유언어로 갖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들은 독자성을 강조한다.
여러 언어를 할 줄 아는 바스크인이 자연스레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이태리 사람들에게는 이태리어로 말하더니, 나한테는 영어로 한다. 그 외에 국가별로 참석자는 이태리, 프랑스, 미국 등이었다.
알베르게 주인장이 와인은 충분히 제공되니 마음껏 마시라고 말을 하였고 코스메뉴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인장이 건배를 시작하였다. 그다음에는 스페인 바스크사람이 리더가 되어 건배를 시작하였다. 그는 오늘 이곳에는 많은 나라에서 왔다. 프랑스, 이태리, 미국, 그리고 south Korea에서도 왔다고 말하며 나를 가리켰다. 그래서 나는 큰 소리로 "I am from South Korea"라고 외쳤다.
그 리더는 와인잔을 들며 toast를 하며 각 국가별 순례자에게 자기 나라 말로 건배하도록 요청하였다. 프랑스, 이태리가 끝난 다음에 내 순서가 왔다.
나는 영어로 "We call it 건배 in Korean language."라고 말하고 한국말로 '건배'를 크게 선창하였다. 다들 대충 분위기로 "건배'를 따라 했다.
그 스페인 리더는 전체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을 할 때 'South Korea에서 이 순례길에 많은 사람들이 온다' 등의 멘트를 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 주었다. 그야말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각 나라 건배가 끝난 후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 도중에 옆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즐겁게 먹었다.. 식사 중간중간에 누군가가 일어서서 와인잔을 들며 Cheers 외치면 따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엔까미노(스페인어로 좋은 길이라는 뜻)도 외쳤다.
오늘 저녁 모인 이곳 유럽 사람들은 와인을 곁들인 저녁자리를 파티처럼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일상이 파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 이, 스 3개국 사람들은 문화적 공통점이 많고 정신적 유대도 강함>
나는 과거 벨기에 브뤼셀에서 주재원 생활을 3년간 하였고, 6개월간은 프랑스 비시(Vichy)에서 프랑스 어학연수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는 편이다.
유럽에서 영국이 앵글로색슨족, 독일/오스트리아가 게르만족인데 반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사람들은 라틴족으로 분류된다. 더불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3개국 언어는 언어학적으로 Romance어라고 분류되고, 로망스어는 로마인들이 쓰던 Latin어로부터 유래된 언어를 지칭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는 약 7~80%의 단어가 거의 같으며. 마찬가지로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의 관계,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3개국의 사람들은 다른 언어를 1~2달만 배우더라도 쉽게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유럽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파티를 즐기는 것은 이런 문화적, 언어적 공감대가 그 배경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해서 토레스델리오(Torres del Rio)에서 즐거운 파티를 경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