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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Nov 22. 2021

어느 날, 내 손으로 정신과를 검색했다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살다 보면 크게 아플 수도,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크게 흔들릴 수도, 심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정신과를 간다는 것에 편견이 없었다.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사랑했다.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방문한 지 2~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회사가 무섭기만 한 사회초년생이고, 업무는 서툴기만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이 거듭될수록 스트레스의 표현 방식이 이상했다.


1. 위가 아플 때까지 음식을 먹는다.
- 분명 한두 시간 전에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음식을 먹었음에도 마음이 공허했다. 음식이 남으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억지로 욱여넣었다. 그러다 토한 적은 없지만 먹고 나서도 기분이 안 좋았다. '또 돼지처럼 먹었네'란 생각이 자주 들었다.
2.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 꿈에서 회사가 자주 나오는데, 보통 안 좋은 내용으로 꿈이 진행되곤 했다. 그럼 꿈에서 깨어난 뒤의 나는 '아 꿈이었구나'하고 안도해야 하는데, 어쩐지 깨고 나서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현실의 내가 실제 회사에서 겪은 일을 꿈에서 또 겪은 건지, 아예 없던 일을 꿈에서 겪은 건지 헷갈리는 날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3. 자주 울먹거렸다.
- 우울하면 혼자서도 잘 운다고 해서 난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서러웠다. 그렇다고 펑펑 운 건 아닌데, 눈물이 너무 쉽게 차올라서 간간이 마음을 타이르면서 가야 했다. 그런데 웃긴 건 집에 와서는 녹초가 된 상태라 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애써 감정을 털어내려 우는 걸 시도하다가 너무 피곤해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그날의 우울한 감정을 소모하지 못하고 오래 가지고 갔다.


문득 불안해졌다. 이러다가 가뜩이나 실수만 연발하는 회사생활에 지장이 갈 것 같았다. 내 정신 상태가 남한테 피해를 줄까 봐, 그러고 나서 내가 나를 못 견뎌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감정이 왜 낯설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 답은 하나였다. 난 이미 병원을 다닌 적이 있고, 한창 마음의 병이 심했을 때와 지금이 비슷해지고 있었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 아직 병원을 다녀오지 않은 상태다.)


주말 내내 고민한 결과, 난 다시 병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20대 초반, 마음의 병이 깊어져 한창 힘들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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