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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22. 2022

#15 안 즐거운 설날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대하여

이제 다음 주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기차표를 끊어야 한다. 집에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취준생이라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한 번쯤 건너뛰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엔 불가능하다. 내 눈으로 아빠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므로.


3년 전, 엄마가 3개월 정도 남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 기분은 그야말로 끔찍 그 자체였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대한 원망, 내 학창 시절 기억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엄마에 대한 원망, 그동안 수많은 가정불화를 일으켰던 아빠와 엄마 두 사람에 대한 원망, 그럼에도 부모님에게 헌신하는 언니에 대한 원망, 결국에는 원망밖에 못하는 나에 대한 원망까지 부정적인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3년은 그 기억이 다 지워지기엔 많이 부족한 시간이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떼를 쓰고 싶은 것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는 너무 도망치고 싶기만 하다. 아무 일도 겪고 싶지 않다.


아빠를 보면 울 것 같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못 본 지 몇 주만에 삐쩍 말라 있을 것만 같아 무섭다. 만나기 싫다. 그 사실을 오롯이 나 혼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너무 싫다. 꼭 나는 왜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 없는 일을 연거푸 짧은 간격으로 겪게 되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일찍. 나는 엄마, 아빠와 시간을 꽤 많이 보낸 상태에서, 20대가 되어 이별을 경험한 거라 다른 누군가가 보기엔 복에 겨운 상황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또 싫다. 나는 언제 어른이 될까.


엄마는 내 생일 4일 뒤 하늘나라로 갔다. 그래서 나는 당시 내 생일을 집에서 혼자 보냈다. 올해 생일 이틀 전 아빠가 응급실에 갔다. 그래서 나는 또 한 번 생일을 자취방에서 혼자 보냈다. 전조라고 생각하는 것도 기분 안 좋긴 한데 이번이 두 번째라 어김없이 그 생각이 들었다.


올해 안에 나는 두 번째 이별을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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