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우 Nov 19. 2022

급양 병과에 대한 헌사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32/0003137850?date=20220401


저번 주말에도 치킨 시켜먹긴 해서... 배달음식 못 시켜 먹는다는 건 정확한 말은 아니다


공군은 미리 정하고 들어가는 일부 경우들을 제외하면(이건 타군도 마찬가지이다) '특기'를 점수와 지원(3지망까지)을 통해 분배하기 때문에, 급양 특기 역시 훈련소에서 점수(자격증+전공+특기 시험) 순으로 지원자에 한해 배정된다. 물론 (성적이든 지원자든) 부족하면 의사에 반하는 배정도 있을 수 있지만(3지망 선호까지 커트라인에 들지 않는다면 남는 자리에 무작위 배정되지만 이런 일은 드물다), 타군처럼 무작위 차출의 리스크하고는 거리가 있다. 공군이 자랑하는 선진병영 문화의 일환이랄까...


그래도 민간업체가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은 적극 동의한다. 급양병들 매번 고생하는 거 익히 알고 있고, 능력주의의 여파로 '무능한 최하급' 녀석들이라는 낙인이 만연한다. 발전하는 선진병영 속에서도 급양병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은연중에 있고, 이는 비단 병사들 사이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라 급양병과 전반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어느 군인이 밥 지으러 군대까지 오겠는가. 물론 장교와 부사관은 직접 밥을 짓는 건 아니고 관련 사무를 보는 것이긴 해서 층위가 다르지만, 메커니즘이 본질적으로 다르진 않아 보인다.


격려 차원에서 급양병들에게 넉넉한 포상휴가와 노동 강도 조절을 위해 민영업체를 통한 '병사 외 급식',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브런치', 주말에는 2끼만 운영하는 '아점' 제도 등이 있지만, 그 무엇도 사회적 차별에 대한 보상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기 싫어해야 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은 실제로는 즐거울 수 있는 일이어도 활기 없이 수행하게 되고, 이는 급양 역량의 저하로, 부실한 저퀄리티의 급식은 일반 장병들의 불만과 멸시로 이어져 악순환이 계속된다. '학습된 무능력과 무기력'의 문제는 군대의 본질인 전투력과도 직결되는 것이니, 개선할 수 있는 점을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군 식이어도 좋고, 다른 것도 좋으니 민간 업체를 적극 활용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방법을 통해)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장병들의 전투력 향상은 물론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현역 장병으로서 생각해본다.


+) 몇몇 부대는 이미 풀무원 같은 민영업체에서 급양을 주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실태는 잘 모르겠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훈련단이 있는 교육사령부가 한 끼에 삼천 인분을 매일같이 지었는데, 이제는 급양병이 직접 조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들은 것 같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선 부대들은 여전히 급양병들이 병사식당을 책임진다.


+) 훈련단에 있을 때 급양 도우미와 식기근무를 서서 운 좋으면 배식, 운 안 좋으면 설거지를 했었는데,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되었다.


+) 전시에도 민영업체에 기댈 수는 없으나 보급과 급양 작전능력을 위해 간헐적으로 필요한 훈련을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외의 오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