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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an 14. 2019

선릉역 스시 산원을 다녀오다

맛의 세계를 알아보기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떤 염려가 들어 먼저 글을 남깁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아직 변변찮은 수입조차 없는 백수로 이제부터 리뷰를 하게 될 식사는 정말 어쩌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얻게 된 행운과 같은 자리였습니다. 자주 가지도 못하는 식당의 리뷰를 구태여 글로 남기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 글을 보시게 될 몇몇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이런 종류의 세계가 버젓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몰랐습니다. 다만 오늘 다룰 스시 산원을 비롯해 이전에 저에게 선뜻 기회를 제공한 친구 덕분에 가격은 물론이요 그 의미 또한 값비싼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이런 특별한 경험을 글이나마 누군가와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리뷰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로 기록의 의미도 있습니다. 모든 게 잊혀집니다. 아무리 강렬했던 감각도, 그 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맙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저는 초밥의 맛이 잘 기억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먹어봤던 음식도 또 먹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 경우는 너무 비싸서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리뷰를 남깁니다.


여러 이유가 더 있겠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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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찾은 가게는 서울 선릉역에 위치한 스시 산원 입니다. 이전에도 몇 번, 저에게 비슷한 기회를 제공한 친구 덕분에 오늘도 횡재(?)를 한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초밥 가게가 보통 1만원 선에서 초밥 여덟 개에 우동을 포함한, 한 끼 식사에 가까운 느낌이라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면 본격적인 초밥 가게는 아무래도 가격 면에서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초밥가게는 가격에 따라 미들급/하이엔드급으로 나뉘는데 저도 이 세계(?)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초밥 가게가 가격에 따라 분류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러한 초밥집(스시야)에 대한 분류는 어떤 인터넷 유저가 남긴, 스시야를 가격 별로 나누어놓은 게시글의 표현이 어느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모양인데 이 리뷰에서 다루진 않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런 현상도 언젠가 한 번 다루어보면 좋겠다 싶을 만큼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하여간 오늘 제가 얻어먹은 스시 산원도 디너 오마카세가 150,000 원 상당으로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초밥을 즐기시는 분이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직 학생(물론 정확히는 백수)인데다 수입도 없다보니 평상시라면 이런 곳에 올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친구가 선뜻 제안해준 덕분에 올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스시 산원의 디너 가격조차 미들급이라고 하니, 하이엔드급은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겠죠.


선릉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게가 위치해있습니다. 가게 앞도 사진을 찍어놓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점내의 푯말이 더 인상적이어서 이로 대신합니다.



스시 산원은 선릉 외에도 광화문에도 지점이 있다고 하네요. 이런 사실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몸만 달랑 챙겨서 왔습니다.



룸도 있는 것 같았는데 저희는 다찌석(카운터석)에 앉았습니다. 다찌라는 용어는 주로 일식집에 가실 일이 잦은 분들이 익숙하게 사용하시는 듯 한데, 저는 처음 들어봤네요. 외래어 사용이야 나쁜 일이 아니지만, 가끔 저처럼 초심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색다르기도 하네요.



에비스 생맥주를 곁들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재정적으로 넉넉해진 다음에 사케나 일본소주를 시켜서 초밥과 함께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야채절임도 내주시네요. 일본어로는 츠케모노라고 하나요? 찾아보니 아사즈케라고도 하고, 일반적으로 '츠케모노(절임음식)'을 무엇을 재료로 했냐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는 것 같네요. 고추냉이(와사비)는 철원에서 재배한 걸 쓰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고추냉이를 재배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고추냉이, 와사비가 서로 다르다는데 이건 자세히 찾아봐야겠네요.



일본식 계란찜 차완무시가 먼저 나왔습니다. 제가 메모장에 적어놓은 게 맞다면 트러플과 장어를 올려놓았다고 하는데 트러플은 제가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되더라구요. 오히려 구수하게 구운 장어 냄새에 뭍힌 것 같기도 하고... 알갱이들은 누룽지 같았습니다. 입가심을 위한 요리에 어울리는 아주 훌륭한 시작이었습니다.



다음은 광어 회. 횟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어쩐지 여기서 먹으니 또 다른 느낌이 납니다. 약하게 레몬향이 나는데, 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사비를 적당히 덜어 소금이나 간장, 취향에 맞게 찍어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저는 간장도 좋아하지만 요새는 소금에 찍어먹는 걸 좀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능성어입니다. 바리과 어류라고 하는데, 저는 제주도의 다금바리의 존재를 이름으로만 알고 있지 먹어본 적이 없는 고로, 능성어도 여기서 먹어본 게 처음입니다. 식감이 특이했습니다. 요리에 대해서 감상을 말할 때, 식감이라는 단어만큼 편한 단어도 몹시 드물 겁니다. '전가의 보도'라는 표현이 있듯이, 어디에나 써먹을 수 있지만 그랬다간 아무 의미도 없어지죠.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찾아보고 싶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어렵게 표현을 떠올려보자면 입에 두고 씹었을 때 아주 탱글탱글한, 마치 제가 씹는 걸 거부하듯이 아주 단단한 느낌이 인상 깊었습니다. 생선 자체가 기름지진 않았습니다.



무를 간 것과, 폰즈를 곁들인 방어였습니다. 겨울엔 방어, 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방어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이 딱이라는데, 그래서 요즘 방어가 나오면 오, 그렇지. 겨울엔 방어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그런 말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다면 아마 식도락을 즐기는 분들은 아예 방어를 즐기려고 겨울을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몹시 기름진 생선이지만, 유자 특유의 상큼한 맛과 무를 간 것이 잘 어우러져서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왕우럭조개라고 합니다. 이런 초밥집들을 다는 이유에는 여러 즐거움이 있겠지만, 평소엔 접하기 힘든 종류의 어패류를 먹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우럭조개 이름 자체는 굉장히 친숙한, 왕-우럭-조개의 조합이지만 이전까지 실물을 본 적도 없고 그런 생물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맛은, 제 메모에 따르면 '특이한 식감'이라고 하는데, 아마 씹었을 때 결이 쉽게 나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었어서 이렇게 적어둔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찐 전복입니다. 전복을 통째로 먹는 경험이 평소엔 거의 없지 않습니까. 전복의 향이며 냄새를 이렇게 풍족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게 사치로 여겨집니다.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메생이와 대구살을 넣은 맑은 국. 속이 탁 풀리네요. 본격적으로 초밥을 먹기 전에 확실히 속을 풀어주네요.



참돔입니다. 돔의 왕은 참돔이라고 하는데, 옆에 붙은 껍질도 생선 자체의 맛도 좋았습니다. 껍질에 붙은 살이 맛있다는데, 그쪽의 식감도 좀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학꽁치입니다. 꽁치는 익숙한 생선이지만, 학꽁치는 처음이네요. 그래도 둘이 꽁치다보니 조금 비린 것부터 맛까지 비슷하네요. 메모에 '식감이 재미있다'고 적었는데, 글쎄요, 이건 '씹는 느낌이 특이했다' 정도의 감상밖에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였겠죠.



방어입니다. 초밥으로 만나니 또 반갑네요. 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샛돔 튀김

샛돔 튀김입니다. '돔'이라고 하니 돔의 한 종류일 것 같은데, 이 생선도 처음 보네요. 생소한 재료를 튀김으로 만나니 마냥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역시 튀김은 맛이 참 좋습니다. 무절임이 곁들여져 나오는데 아삭아삭하고 개운한 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네요.

 

피조개


피조개입니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나 보던 초밥을, 실물로 보게 되다니. 아주 쫄깃쫄깃한데, 그 와중에 바다향이 계속 납니다. 생조개를 초밥으로 먹어보는 게 워낙 드문 경험이다보니 좀 더 익숙해지면 뭔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독도새우 회와, 초밥.


독도새우 회와, 초밥입니다. 실물로 보니까 정말 압도적인데, 해체하는 장면은 셰프 분이 나와서 사진으로 찍지 않았습니다. 몸통이 워낙 커서 그걸 반으로 잘라 하나는 초밥으로 하나는 회로 내주셨습니다. 회는 살짝 구워서 훈연향이 납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새우 초밥은 대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만 식감 자체는 살이 워낙 질척질척해서 입안에 오래 머무르는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독도새우 튀김


독도새우의 머리 튀김입니다. 역시 튀김은 뭘 튀겨도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새우 튀김은 단연 발군이죠. 맥주와 함께라면 몇 개라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갈치


갈치입니다. 아마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생선 중 하나가 갈치가 아닐까요. 보통은 조림, 혹은 구이로 먹을 텐데 이걸 회로 먹는다니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실제로 구이나 조림은 살이 쉽게 부스러지는데 회는 그러지 않아서 좀 놀라웠네요.


참치 등살


참치 등살입니다. 아주 빨간색을 띈 외형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맛 자체는 다른 생선들과 비교해서 어떤 면에서 두드러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제가 참치를 많이 먹어보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참치 중뱃살


참치 중뱃살입니다. 마치 소고기처럼 마블링이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참치 대뱃살


참치 대뱃살입니다. 간장을 한 번 발라주시는데, 이게 참, 참치에 대해 제대로 논하려면 앞으로도 자주 먹어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먹어보면 잘 표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샛돔을 통째로 튀겼다고 합니다. 너무 저렴한 비유일 수 있겠지만, 술 안주로 인기가 있는 어포튀김의 농축된 맛이 이 작은 생선을 튀겨낸 것에서 유사하게 난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미소 된장입니다. 다음으로 이어질 진한 맛의 생선들을 먹기 전에 한 번 입을 쉬어가는 느낌이라고 생각됩니다. 워낙 비싼 참치를 세 번 연속으로 먹어 놀랐을 위장을 차분하게 진정시켜주는 맛입니다.



이 날의 화룡점정, 단새우와 성게입니다. 김에 싸서 손으로 건네주시는데, 입안에 넣으면 김의 구수한 향이 먼저 느껴집니다. 그게 입맛을 돋우는데, 성게와 단새우의 단맛이 아주 감미롭습니다. 왜 성게는 비싸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 맛이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농밀한 맛입니다.



청어입니다. 악취로 유명한 스웨덴의 통조림 수르스트뢰밍에 사용되는 생선이니 만큼, 비린내가 좀 있습니다. 그래도 역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한테는 좀 부담스럽긴 하네요.



고등어입니다. 고등어는 잡자마자, 상하기 시작해서 회로 먹으려면 산지에 가야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고등어 초밥도 먹기가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고등어 초밥은 황금빛이 돈다고,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봤던 것 같은데... 사진을 찍고 보니 정말 황금빛이 돌고 있네요. 제가 <미스터 초밥왕>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일본 요리, 특히나 초밥은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보고 배운 게 전부라 그렇습니다. 안에 들어있는 백다시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리긴 하지만, 먹지 못할 정도로 심하지 않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이런 초밥집에서 다루는 재료들은 비린내가 바다향 같이 느껴집니다. 역하지 않아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어입니다. 구운 장어는 그 향도 입맛을 돋구는데, 실제로 입에 넣었을 때 마치 눈이 녹는 것처럼 부드러워서 놀라웠습니다. 



메밀 소바입니다. 전갱이가 들어있는데, 국물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준 친구는 정작 메밀을 먹지 못해 본인은 전갱이만 먹었습니다. 


계란말이(꾜꾸)입니다. 초밥집의 실력은 계란말이와 계란초밥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더욱이 <미스터 초밥왕>에서는 정말 잘 만들어진 계란초밥은 식감부터 그 맛까지 카스테라를 떠올리게 한다는데, 예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 말이 만화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이었을 줄이야. 비싼 초밥집의 계란말이를 먹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만화 <미스터 초밥왕>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한 디저트, 모나카와 딸기입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딸기는 이미 먹어버려서, 다급하게 모나카만 찍었습니다. 과일과 아이스크림이 든 모나카는 후식으로 먹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입안을 상큼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줘서 식사의 마무리로 아주 적절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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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 때는 제가 얻어먹는 게 아니라 친한 사람들에게 사는 자리가 됐으면 더 좋겠군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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