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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08. 2022

친구 말고 동네친구

 휴직하고 한 달이 지나니 직장 동료와의 연락이 뜸해졌다. 친구들은 종종 만나지만 사는 곳이 가깝지 않아 몇 달에 한 번씩 만난다. '동네친구'가 간절해졌다.


 '동네친구'란 무엇인가? 언제든 불러내 간단히 대화할 수 있고, 맛있는 게 생기면 나눠먹을 수 있고, 소소한 고민을 같이하는 친구. 또래에 비슷한 환경이면 공감대가 있어서 좋고, 다르면 새로운 삶을 엿보고 참신한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한다. 극외향적 성격이라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새로운 만남을 좋아한다. 그런 나도 아직 동네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회사 다닐 때는 만나는 사람이 많으니 굳이 동네친구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많은 전화, 타 부서나 외부와의 업무협의로 사람들에게 치이니 집에서는 쉬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휴직을 하니 하루 종일 혼자다. 가끔 친구를 만나고 엄마를 만나지만 보통은 혼자다.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동네친구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동네친구를 만들 길이 없다. 길가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휴직 후 동네친구 만들 기회를 틈틈이 엿보다가, 드디어 기회가 왔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커뮤니티센터에서 카페를 열 예정인데, 판매할 커피를 정하기 위해 주민 대상으로 커피 시음회를 한다고 한다. 16명을 지원받는다고 하여 남편이 얼른 신청했다.


 나는 동네친구를 만들자는 비밀스러운 특명을 가지고 시음회에 갔다. 남편의 아이디어로 집에 있는 쿠키도 챙겼다. 커피만 마시면 속이 쓰리니 쿠키를 나눠주면서 자연스럽게 인사할 생각이었다. 카페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커피를 받아 마시면서 쿠키 나눠 줄 기회를 엿봤다.

 



 커피가 한 잔 두 잔 계속되자 속이 좀 쓰렸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챙겨 온 쿠키를 나눠드리며 인사했다. 다들 환하게 화답해 주셨다. 그리고 이걸 기회로 양 옆에 앉은 분들과 말을 텄다. 친구 사귀기는 일정 부분 '자리 빨'이다. 학창 시절에도 근처에 앉는 사람끼리 친해지곤 하지 않는가.



 40대 후반의 한 부부와 40대 중반의 주부님과 말을 텄다. 몇 동에 사는지로 시작해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평일에 뭐하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말은 끝없이 이어졌다. 나중에 한 번 모이자는 말에 단숨에 만남 일정을 잡았다. 


 나는 추진력 하나는 끝내준다. 다음에 한번 보자고 하면 당장에 약속을 잡아버린다. 이번에도 추진력이 발동해 바로 다다음날 오전, 집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기회는 잡아야 하니까. 그리고 서로 번호를 교환했다. 신이 났다. 드디어 동네친구가 생길 것 같다.   


 새로운 생각을 하려면 새로운 장소에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했던가? 커뮤니티센터 카페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동네친구를 만났으니 이제 새로운 생각을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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