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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7. 2022
꼭 계획대로 살아야 하는 건 아냐!
포천으로 간, 무계획 여행자들
나는 즉흥적인 것을 좋아한다. 계획하는 걸 싫어하는 ESTP여서 그런지 여행도 즉흥적인 것을 좋아한다. 어디에 갈지, 그곳은 어떤 곳인지, 무엇을 보고 와야 하는지를 찾다 보면 여행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열심히 계획하고 간 여행은 이미 본 것을 복습하는 기분이다. 여행에서 오는 새로움과 의외성이 반감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여행은 즉흥적으로 가게 되었다.
여기에는 회사도 한 몫했다. 회사에서 국회 담당을 하다 보니 언제 질의가 들어올지, 자료요구가 들어올지 항상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다 보니 한 달 후 여행을 계획하기 어려웠고 예약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 갑작스러운 자료요구나 인사청문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연스럽게 회사에 들어간 후 나의 즉흥 여행 사랑은 강해졌다. 이런 경향은 휴직 후에도 유지되었다. 이제 마음 편히 여행 계획을 짜도 되지만 즉흥여행의 묘미에 빠진 지 오래라 굳이 계획하지 않는다(귀차니즘의 합리화 일지도).
우리는 항상 인생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1년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오늘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이런 습관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본 하루 계획표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쉴 때마저도 계획을 세우며 힘을 쓰고 싶지 않다. 쉬려고 떠나는 여행은 즉흥적으로 떠나는 게 좋다.
우리는 항상 인생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1년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오늘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이런 습관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본 하루 계획표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쉴 때마저도 계획을 세우며 힘을 쓰고 싶지 않다. 쉬려고 떠나는 여행은 즉흥적으로 떠나는 게 좋다.
이번에도 갑자기 토요일 낮에 떠나고 싶어졌다. 어디를 갈지 생각하다가 이름만 몇 번 들어본 포천이 생각났다. 포천을 가고 싶었던 건 장인한과 약과를 먹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장인더카페에 들러서 약과도 먹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근처 숙소를 검색했다.
아도니스 아트힐 호텔? 호텔 정원을 유럽풍으로 가꿔놓고 갤러리도 있는 크지 않은 호텔이다. 평점이 괜찮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여기로 정했다. 1박 2일 용으로 간편히 짐을 싸고 지체할 시간 없이 빠르게 출발했다. 1시간 반 거리를 나는 듯이 달려갔다.
우선 약과를 사기 위해 숙소 가는 길에 카페에 들렀는데, 약과는 이미 오전 11시쯤 다 팔렸다고 한다. 즉흥여행의 단점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는 못 할 수 있다는 것.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아도니스로 향했다.
아도니스 아트힐에 도착하니 고즈넉하고 아늑한 정원이 우릴 반겼다. 정원 곳곳에는 메타세콰이어 길, 연못, 수국 길, 레드하우스가 숨어있었다. 초록색의 숲에 둘러싸인 정원이 눈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줬다.
정원 산책 후 밖에 나가 쌈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2층에 있는 갤러리에 갔다. 자동차 모형, 코카콜라 수집품, 그림, 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른 호텔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장소였다. 나는 전시회를 찾아가진 않지만 간 곳에 전시가 있으면 경험해보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까.
특히 코카콜라 수집품이 인상 깊었다. 내가 아는 코카콜라 이미지는 하나인데, 나라마다 시기마다 굉장히 다양한 모양으로 출시되고 있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종류일 줄은 몰랐다. 역시 한 제품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에 따라 시대 흐름에 따라 맞춰가야지.
다음날 아침 간단히 제공되는 조식을 먹고, 집에 가는 길이 아쉬워 근처 볼거리를 찾아봤다. 포천아트밸리라고 채석장을 관광지로 만든 곳이 있었다. 아침 일찍 잠깐 들렀는데 채석장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가 이색적이다. 아트밸리에서 한 시간 정도의 짧은 관광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즉흥여행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움과 의외성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이번 여행에서도 의식적인 계획이나 노력 없이 호텔 안 갤러리, 아늑한 정원, 포천의 아름다운 채석장을 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