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하고 과천으로 이사와서 종종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서울을 왔다 갔다 한다. 서울에서 집에 올 때마다 항상 4호선 전철의 종착지를 유심히 본다. 사당역이 종착지인 전철은 내렸다가 갈아타야 하고, 사당역엔 사람이 많아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집에 온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오이도행 열차를 기다렸다. "오이도행을 타야 해, 오이도행!"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전철을 기다렸는데, 입이 닳도록 말한 오이도를 정작 가본 적이 없다. 그냥 머나먼, 4호선 끝 어딘가에 있는 한적한 곳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나에게 미지의 장소였던, 집에 가는 전철을 가늠하기 위한 장소였던 오이도가 궁금하긴 했다. 과연 어떤 곳일까? 하지만 일에 치여, 서울 친구들과의 만남에 치여 굳이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이도에 갈 일이 생겼다.(그냥 내가 즉흥 당일치기 여행을 가고 싶어서..) 간단한 준비를 하고 오이도로 떠났다.
나는 막연히 오이도는 서울에서 먼 한적한 동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도착해보니 딴판이었다. 빼곡하게 자리 잡은 크고 작은 간판들, 너무 많은 차로 주차장이 되어버린 길가, 둑을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우와.. 그곳은 서울에서 가까운 휴양지(?)였다.
놀란 가슴을 뒤로하고 바다 근처에 온 김에 조개구이집에 들어갔다. 그 선택은 잘못되었다. 눈앞 조개구이 화로에 불이 지펴지는 순간 불꽃이 가열차게 올라왔다. 나와 남편은 순식간에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고 술 취한 사람 마냥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으며 머리는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닷바람에 미친 듯이 휘날렸다.
그래도 맛있게 입을 벌리며 익어가는 조개를 먹으면서 조금씩 힘든 상황을 잊어갔다. 조개는 신선했고 갓 구운 조개구이는 맛있었다. 험난한 상황 속에서 다 먹고 나온 우리는 서로의 만신창이 모습을 보고 킥킥대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조개구이를 배 터지게 먹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방파제 위를 걸었다. 그동안 미지에만 쌓여있던 오이도, 서울에서 먼 한적한 동네일 거라고 생각한 오이도가 이렇게나 시끌벅적한 곳이었다니..
나는 무엇을 대하기 전에 고정관념을 가질 때가 많다. 회사에서 사람을 만날 때도 이미 들었던 평판과 소문으로 그 사람을 미리 평가한다. 음식점을 갈 때도 후기가 안 좋으면 지레 안 가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겪어보고 음식점에 가보면 생각과 딴판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의 고정관념은 깨졌고,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 강한 고정관념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직접 사람을, 장소를 경험해 보고 판단하자. 내 판단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