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육교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고장 난 버스 한 대가 도로 한복판에 정차해 있었다. 운전기사는 도로에 서서 뒤에 오는 차들을 에둘러 흘려보낸다. 상황을 대변하듯 버스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더라.
⠀
'시민의 발 마을버스는 더 이상 운행이 어렵습니다.'
⠀
흘러가는 것들과 멈춰있는 것들 사이의 간극. 움직이지 않는 쪽이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감은 생각보다 크다. 이러한 심리는 인생에 대입해보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타인보다 뒤처졌다는 열등감과 자괴감. 타인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과 선망. 복합적인 감정에 젖어들기 쉽다.
⠀
고장 난 버스는 수리를 받으면 더 빨리 액셀을 밟을 수 있다. 다른 노선으로 배정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태울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주 잠깐. 쉬었다가는 것일 뿐이다.
⠀
글 사진/ 김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