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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형 Jun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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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오징어 시점




동해, 묵호항





"내 이름은 오징어. 따듯한 동쪽 바다 깊은 곳에 살고 있지. 어젯밤엔 무서운 일을 당했는데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 글쎄, 어제는 밤바다를 누비며 유유자적 춤을 추고 있었는데 말이야 수면 위로 보름달같이 밝은 빛이 보이더라고. 내가 또 호기심이 많아서 불빛이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불빛을 따라 내려오는 동아줄을 덥썩 잡았지. 그랬더니 몸이 '쑥'하고 빨려서 금세 물 밖으로 내동댕이 쳐지더라고.

정신 차릴새도 없이 작은 웅덩이에 옮겨졌어. 거긴 나처럼 신기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많더라고. 그런데 이게 웬걸. 사방에 몸을 부딪혀도 나갈 곳이 없는 거야. 당황함과 두려움에 넋을 놓고 있었더니. 어느새 달빛 보다 뜨겁고 밝은 하늘이 펼쳐졌어.

시끌벅적한 소리에 일어나 보니 나는 시뻘건 다라에 옮겨지고 있었어. 처음 보는 생명체들은 나를 보며 말다툼을 벌이 듯 하염없이 열변을 토하고 있고. 그중에는 냄새나는 하얀 연기를 공기 중에 태우기도 하더라. 여러 생명체의 몸을 거친 나는 다시 웅덩이에 빠졌어. 이번엔 아까보다 더 작은 곳이야. 고인 공간이었지만 다행히 쾌적한 산소는 나오더라.

출렁임거림이 심하던데, 투명한 벽 너머로는 내가 물속에서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어. 온통 신비하고 놀라운 풍경의 연속이던데. 도데체 나는 어디로 끌려가는 걸까?"

-전지적 오징어 시점-


글 사진/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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