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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모든 퍼즐은 한 조각에서 시작한다

예전에 조카 집을 방문하였는데, 조카 방에 들어가니 방바닥에 수많은 퍼즐 조각이 있었다. ‘피스가 몇 조각인지’ 물어보니 무려 1000피스라고 하였다. 피스를 보면 다들 비슷해 보여서 이걸 어떻게 맞출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단 하나의 피스를 올바른 장소에 두니 그 피스와 맞는 것을 다시 연결해 나가면서 피스를 하나하나 맞춰가기 시작했다. 성격이 급하다고 해서 한꺼번에 1000피스를 완성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퍼즐이라 하더라도 단 하나의 피스에서 시작하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상담할 때 기본적으로 ‘꿈’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대단한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도 있고, 반면에 자기 능력에 맞는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도 있다. 꿈을 실현하려는 방법을 물어보면 대개 말문이 막히거나,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은 지나치거나, 그런 일들이 꿈을 이루는 데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인생은 한방’이라는 생각에 빠져서인지 사소한 일들이 아닌 큰 한방을 찾는다.

필자는 상담도 하지만 입시컨설턴트도 병행하고 있다. 여름방학 시즌이면 고3들은 수시에 필수인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와서 첨삭을 부탁한다. 한 학생의 1번 문항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이 7등급이라는 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열심히 해도 따라가지를 못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제가 기본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수학부터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고등학생이 중학교 수학을 공부하는 게 부끄럽게 여겨졌지만, 차근차근 공부하였습니다. 결국, 고2 때 수학이 3등급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첨삭하면서 이 학생이 이런 말을 하였다.

“확실히 기초부터 차근차근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배우게 되었어요.”

이 학생이 7등급이라는 수학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고등학교 수학을 계속 공부하였다면 기껏해야 5등급까지만 가능했을지 모른다. 모든 것은 순리가 있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첫 피스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MIT 대학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는 현대 과학이 왜 날씨를 제대로 예측을 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품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실험을 위해서 기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들은 컴퓨터에 입력하고, 각 변수를 입력할 때마다 초기조건의 값을 1/1000씩 다르게 입력했더니 엄청난 결과가 있었다. 브라질에서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자 그 바람은 무려 미국에 엄청난 영향을 줄 토네이도로 변한 것이다. 로렌츠는 ‘나비효과’라는 용어로 이 논문을 발표했다. 나비와 같은 작은 바람은 우리가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작은 바람의 축적은 엄청난 토네이도를 만든다. 자신의 꿈을 이룰지 아니면 단지 뜬 허공에만 남겨둘지는 첫 출발인 사소한 피스부터 출발한다. 사소한 차이가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로 나타나듯이 현재 매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연대가 열을 맞추어 행군하고 있는데 제일 앞에 서 있는 군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다음 사람도 행군할 수 없고 결국은 연대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만약에 제일 마지막에 있는 군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연대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계획대로 행군할 수 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한방에 결정지을 마지막 피스는 쓸모가 없다. 제일 앞에 있는 군인이 열쇠를 쥐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 피스가 ‘한방’이 되기 위해서는 첫 피스가 중요하다.

‘크고 위대한 꿈을 꾸라.’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크기와 상관없이 꿈을 꾸기만 하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행 과정과 계획 과정은 소심하게 상세하게 나누어야 가능하다. 조각 케이크는 나눈다 해도 몇 조각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대형 케이크라면 수많은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 꿈도 마찬가지다. 꿈이 작으면 계획 과정은 몇 조각만 나누어지겠지만 위대한 꿈은 더 많은 상세한 조각들이 나온다. 대형 케이크를 나눌 때 우리 시야와 손에 주목해 본 적이 있는가? 시야는 커다란 케이크를 응시하고 우리 손은 조심히 자르기 위해 칼질에 주의한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우리 시야는 꿈을 이룬 자신을 응시하고, 행동은 작은 것 하나하나 나가면 된다. 데카르트도 ‘기하학적 방법’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있다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믿었다. 아무리 거대한 일이라고 해도 가장 작은 단계들로 해체해서 실행하는 과정이 합쳐진다면 꾸준한 진전을 이룬다.

옛날에는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선장은 항해를 주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원들 관리도 매우 중요했다. 선원들이 목적지만 도착하기를 바라고 할 일이 없으면 불평을 늘어놓고, 반란을 일으키려고 궁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련한 선장은 할 일이 없으면 닻이나 혹은 바닥이라도 닦으라고 명령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선원들이 멍하니 공상에 빠져서는 안 되었다. 그 이유는 사악한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꿈을 바라보고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목적지를 방해하는 선원들처럼 자신의 꿈에 반란을 일으킬 수가 있다. 아마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은 꿈에 반란을 일으켰을 거로 추측한다. 자신의 꿈에 반란을 일으키는 징조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있는가?”

“중학교 때 간직한 꿈이 지금도 같은 꿈인가?”

꿈이 점점 작아지거나 중학교 때 꿈이 지금보다 못하다면, 자신의 꿈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선원들의 반란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는커녕 오히려 모두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꿈이 작아지거나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자신의 선원들이 공상에 빠져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노련한 선장처럼 오늘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도 지시하는 방법뿐이 없다.

타고난 익살과 재치로 유명한 세계적인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를 알 것이다. 많은 유명작품을 남겼고 1925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스타일에 걸맞게 죽기 오래전 자기 묘비명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요즘 학생들 용돈이 적게는 5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받아서 몇만 원은 크게 보지도 않는다. 36.500원은 학생들이 크거나 작게 보지 않고, 그냥 적당하게 본다. 하지만 ‘원’을 ‘일’로 바꾸면 36.500일이다. 백세시대이기 우리가 태어나 100세까지 사는 날은 36.500일이다. 이 시간 동안 꿈을 위한 작은 피스 한 조각 한 조각을 맞추기도 촉박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의미 없이 꿈에 대한 공상에만 빠진다면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간은 자신만의 사유지다. 경작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지만, 적절하게 개량하면 자신의 노력에 반드시 보답한다. 땅을 활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독초와 잡초만 자라게 된다.

독수리는 상승 온난 기류 즉, 위로 올라가는 따뜻한 공기 기둥을 활용하여 떠 있다. 기류 안에 반복해서 빙빙 돌다가 상승 온난 기류를 찾으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또 어느 정도 높이에 다다르면 다른 기류로 날아가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높은 하늘에 떠 있다.

상승 온난 기류를 찾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는 올바른 첫 피스를 제자리에 맞추고 그다음 피스를 위해 반복해서 제자리에 맞춰야 한다. 그렇게 1000개의 피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그림을 보게 된다. 꿈이라는 피스를 맞춰가는 과정은 지루한 과정이 아니고 매일의 생활을 설렘임 속에 시작하게 한다. 첫 피스에서 이어지는 피스 하나하나는 자신의 꿈이 바로 문 앞에서 노크하는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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