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공부해도 저는 안돼요!”
“어차피 이렇게 해도 혼나고 저렇게 해도 혼나는데 뭘!”
“어차피 용범이가 또 상 탈걸 뭐하러 대회 나가!”
처음 상담할 때는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어 의욕이 불타고 대략 길어야 일주일 정도는 나름으로 열심히 한다. 대부분 하루만 열심히 하는 학생도 있고, 이틀이면 끝나는 학생도 있다. 의욕이 사라지고 하는 단골 멘트가 ‘어차피’라는 표현이다. 웃긴 것은 처음부터 아예 도전하지 않는 학생들은 ‘어차피’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Yes or No’로만 답한다. 그런데 도전을 어설프게라도 했던 학생들이 한번 실패를 하고 다시 도전한다는 것을 ‘짐’으로 생각하면서, ‘어차피’라는 표현으로 짐을 회피하려 한다. 누가 무거운 짐을 들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면, ‘어차피 저는 힘이 약해서 못 들어요’라는 표현과 같다. 하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짐’은 항상 있다. ‘어차피’라는 표현으로 짐을 벗어날 수 없다. 짐에서 벗어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우리가 한 줌 흙이 되었을 때 확실하다.
그러면 평생 지속되는 ‘짐’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도전이라도 시도하고 실패를 맛본 것에 축하한다. 한참 놀고 싶은 십 대에 큰 결심을 내리고 도전한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자신이 끝까지 합리화시켜도 그 짐은 본인 자신의 짐이며, ‘어차피’ 짊어지고 가야 한다. 문제는 그 짐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자신의 짐을 잠시 옆에 두고 졸업한 예전 상담자들과 대화를 나누면 ‘그때 그걸 해볼 걸 했어요. 내가 그것을 했으면 지금 상황이 바뀌었을 텐데.’ ‘해보지 않은 걸 후회돼요.’라고 자신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도 더 굳은 습관으로 만들어져 자신의 ‘짐’들에 걱정만 하여 오히려 잘될 일도 잘 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평소에 습관처럼 하는 일 역시 실수가 자주 발생하고, 더구나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오히려 그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며 놓치고 만다.
언론사 상식 기출문제에서 ‘프레이밍 효과’에 대해 출제되었다. ‘프레이밍 효과’는 정보의 제시자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중립적으로 그대로 전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보의 전달 방법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왜곡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암 환자가 어려운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 의사는 “이 수술에서 10명 중 3명이 사망했습니다.”라고 말하고, 반면에 B 의사는 “이 수술에서 10명 중 7명이 생존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의사의 말이 환자에게 용기를 주고 수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까? 당연히 B 의사가 정답이다. A 의사는 부정적인 면을 환자가 바라보게 하고, B 의사는 가능성과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재 피하지 않고 겪어야 할 짐을 우리가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과연 우리는 학업에 대한 짐과 학생으로서 해야 할 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내 고향은 전라북도 남원이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고, PC방도 없었다. 동네 오락실에 50원 넣고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등 이런 게임이 유일한 낙이었다. 방학 때는 한 가지 큰 즐거움이 있었는데, 바로 지리산 종주였다. 지리산을 처음으로 등반했던 때는 중학교 2학년이다. 좋아하는 동네 형들과 누나들이 지리산을 등산한다고 해서 나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준비하였다. 코스는 지리산 등산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백무동에서 출발했다. 백무동에 있는 한신계곡에서 출발하여 장터목 산장에서 1박을 하였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3km 정도 천왕봉까지 등산하여 작은 하나의 빛이 서서히 떠오르는 일출을 보는 즐거움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연하천 산장에서 2박을 하며 노고단으로 하산을 하였다.
배낭에 필수품들을 준비하면서 욕심이 많아서인지 너무 많은 것을 채웠다. 심지어 절벽을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튼튼한 밧줄도 준비했다. 먹성이 좋아 라면, 초콜릿, 비스킷 등을 종류별로 넣고 혹시 모를 체력을 위해서 삼겹살도 너무 많이 준비했다. 결국은 배낭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도 억지로 집어넣었다.
막상 등산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배낭이 너무 무거워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배낭을 가볍게 들고 와서 어렵지 않게 오르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마음이 생각난다. 배낭에 있는 음식들을 버릴까? 결국, 오르긴 했지만, 꼴등으로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거친 숨을 내쉬며 배낭도 벗지 않은 채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나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배낭이 가벼워서 먹을 것이 얼마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먹을 것이 너무나 많았다. 내 배낭에는 초콜릿, 비스킷 등 먹을 것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가볍게 먼저 오른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들은 가벼운 짐으로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남보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도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 많다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내가 짊어진 짐은 결국 전리품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등산할 때 늦게 도착해도 항상 배낭만은 무겁게 짊어지고 올랐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짊어지고 가는 짐은 무거워도 우리의 전리품이 되는 하나의 원동력이다. 그 전리품에는 늦게 도착했더라도 사람들이 몰리는 것처럼 남들에게 큰 인정을 받는 것도 포함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강을 건널 때 큰 짐과 같은 돌덩이를 지고 건넌다. 그 이유는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무거운 짐과 같은 돌덩이를 짊어질 때 그 짐이 자신을 살리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헛바퀴가 돌 때 일부러 무거운 짐을 싫어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처럼, 공부, 수행평가, 성적 관리 모든 것은 짐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다. 자신 주변에는 모든 사소한 짐과 무거운 짐들이 많다.
하지만 그 짐을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큰 돌덩이를 지고 건너면서 급류에 휩쓸리지 않아 목숨을 건지는 것처럼 우리 어깨 위에 지워진 짐은 한 단계 성장하는 디딤돌이다. 그 짐이 있으므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그 짐이 있으므로 시간을 관리하고 그 짐이 있으므로 행복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엄두’란 표현도 자주 사용한다.
“내신을 올리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요.”
“일 끝나고 TOEIC을 공부하고 싶은데 피곤해서 엄두도 못 내요.”
‘엄두’라는 말은 한자어 ‘염두(念頭)’에서 유래한 말인데, ‘생각할 念’과 ‘머리 頭’를 써서 ‘생각하는 머리’를 뜻한다. 그래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은 했지만,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그대로 가라앉는 난파선과 같다. 가라앉는 난파선에서 할 일은 탈출하거나 틈이 작다면 제때 메우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어차피’ 그리고 ‘엄두’는 자신이 처한 어려운 점만 바라보며 핑곗거리만 찾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 그 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아 원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꿈과 관련된 무엇인가 작게 시작하면 된다. 설령 ‘어차피’ 도전해서 실패해도 말이다. 학생들이 “바보같이 실패할 걸 왜 해요?”라고 질문을 한다. 하지만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작게 시작하면 서서히 크게 시작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먼저 자신이 변하고 그다음으로 환경에 지배받는 것이라 오히려 환경을 지배하게 된다. 결국, 그 변화로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는 꿈을 이루게 된다.
발레곡 <불새>, <페트루슈카>를 남기고, 유명한 <봄의 제전>으로 주목받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음식을 먹다 보면 식욕이 증가하듯, 작업하다 보면 영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라고 말하였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지만 제일 힘든 것은 음식에 적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음식을 조금씩 자주 맛볼 때마다 그 음식의 묘미를 알게 되어 더 찾게 된다. 마찬가지로 쉽고 작게 시작하면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짐은 오히려 꿈을 선명하게 만들 수 있고, 그 꿈을 달성할 수많은 기회와 영감이 떠오르게 된다.
짐을 짐이라 여기지 말고 짐을 원동력으로 여기고 자신이 더 한 발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그 짐을 지고 있기에 짐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꿔 유지해야 한다. ‘The Secret’이란 책에서 말한 ‘비밀’ 즉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올 때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라는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제는 ‘어차피’, ‘엄두’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지금 당장 실행하라.
변화의 물결이 오는 것을 바로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