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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 Oct 12. 2021

맛과 심리의 상관관계

마음의 맛을 찾아서

영화 [라따뚜이]의 이 장면을 기억하는가?


독설가로 유명한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는 레미(절대미각을 가진 쥐)가 만든 음식 라따뚜이를 맛보는 순간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울면서 집에 들어온 어린 이고에게 엄마가 방금 요리한 라따뚜이를 내어준다. 따뜻하고 달콤한 그 맛에 이고의 눈물이 쏙 들어간다.


레미의 라따뚜이를 먹은 현재의 이고는 그 날의 어린 이고가 된다. 음식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도, 자신이 독설가라는 것도 잊고 헤헤 허허 웃으며 어릴 적 그  맛을 떠올린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맛이 연결되는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 나도 저럴 때가 있는데저런  느껴본  있는데…’ 라고(영혼없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른이 된 이고의 고된 삶이 보인다. 그가 왜 독설가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삶에 찌들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거다. 탱글탱글하던 몸 속 세포들이 쭈글쭈글해져서 음식을 먹으면서도 ‘찐’ 맛을 모르고 사는 거다. 그저 맛보기만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던 그에게 레미의 라따뚜이가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어릴   맛을 소환해주면서, 그때는 느꼈고 지금은 잊고 살았던 ‘ 그대로의  느끼게  거다.


그가 음식평론가가 되기로 한 처음의 마음가짐까지 들출 필요는 없겠지만, 난 이고가 그 본질 근처까지 갔을 거라고 믿는다.  




삶에 지쳐있던 어느 날 치킨집의 입맛 당기는 구수한 냄새를 맡는 순간, 저 멀리서 폭풍우를 뚫고 뛰어오는 열 한 살 소녀가 보였다. 아빠의 월급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통닭을 사러 가는 세상 부러울 것 없던 열 한 살의 내가. 나도 모르게 소녀를 따라갔다. 허름한 통닭집 문 옆엔 부글부글 끓고 있는 기름솥이 걸려 있고 노오랗게 익어가는 통닭이 있었다. 냄새만으로도 인생의 한 지점, 그 맛이 소환되는 순간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통닭 한마리를 사갔다. 군침이 도는  오랜만에 느껴본  같다. 그저 우걱우걱 에너지 보충을 위해 때만 되면 먹던 끼니를 위한 끼니가 아니라, 군침이 돌아 부위별 다른 식감까지 구별할 정도로 맛에 집중할  있는 시간이었다.  하나로 눈물이  돌았고 피곤이  사라졌다.


잊고 살았던 기억 속의 맛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로 생각이, 마음이 변할  있다.  하나로 세상이 달라보일  있다.
아주 작지만 아주 ,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2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을   없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맛의 세계에도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5 맛이 있는  아닐까?
입으로 느끼는 맛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  맛을 한번 느껴보자!



사진 / 네이버 블로그 Bro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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