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바다 보러 갈래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by 다시봄


바다 보러 갈래요?





엄마는 8개월 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 뒤 아직도 걷는 게 불편하고, 아빠는 하루 한 시간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나가는 산책 외에는 바깥출입이 거의 없으시다. 주말이면 나와 함께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는 것이 부모님의 유일한 외출이다. 그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설 연휴가 끝나가는 주말이 되자 문득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하면 선뜻 나서실까 걱정이 됐다. 그러다 찾아보니 충남 홍성에서 새조개 축제가 한창이었다.


“바다 보러 갈래요? 새조개도 먹고.”


부모님은 단번에 좋다고 하셨고, 토요일 아침 일찍 두 분을 모시고 홍성 남당항으로 향했다.

강풍주의보라도 내린 것처럼 도로 위의 차가 휘청일 정도로 바람이 거셌고, 미세먼지 때문인지 풍경도 희미하고 뿌옇게 보였다. 그래도 바다로 향하는 길이 마냥 춥고 무겁지는 않았다. 뒷좌석에 앉은 부모님의 들뜬 기분이 전해졌고, 주말 여행 짝꿍인 조수석의 작은언니도 신이 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남당항의 횟집 앞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간신히 한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주차장의 북적임과 달리 식당 안은 한산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자 부모님의 시선은 일제히 바다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뻘 너머로 윤슬이 반짝이는 쪽빛 바다가 보였다. 동해처럼 넘실대는 파도는 없었지만 잔잔하게 빛나는 서해의 바다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새조개 샤브샤브는 더욱 맛있었다. 네 사람의 배를 가득 채우고 식당을 나서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도착해 기다림 없이 점심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여유로웠다.


마음만은 이만큼을 다 먹은 듯 꽉 찼다


천천히 걸어 축제 행사장으로 향했다. 먹거리와 건강식품을 파는 좌판들, 품바 타령 소리가 뒤섞인 행사장을 눈으로만 훑으며 지나가다가 뻥튀기를 파는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이거 하나 드세요. 예쁘니까 하나 더.”


인심 좋은 사장님은 우리 네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지도 않은 뻥튀기를 쥐여 주었다. 흔한 상술이겠거니 하고 받아 들고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짜 뻥튀기가 맛있어서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빠가 한마디로 결론을 내렸다.


“맛있네. 사가자.”


우리는 가던 길을 되돌아 다시 뻥튀기 가게로 들어갔다. 사장님은 아까와 같은 온화한 미소로 물었다.


“따님들이세요?”

“네. 딸 둘이 부모 모시고 새조개 먹으러 왔어요. 효녀죠?”

“네네, 좋으시겠네. 예쁜 딸이 둘이나 있어서.”

“행복하죠.”


아빠는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이며 딸 자랑을 하셨고, 사장님은 그 마음을 아는 듯 맞장구를 쳐주었다. 뻥튀기와 국화빵을 한 봉지씩 사는데 산 것보다 더 많은 덤을 얹어 주는 사장님의 후한 인심 덕분에 이미 부른 배 위에 고소한 것들을 또 한가득 채웠다. 평소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는 아빠도 기분이 좋으셨는지 국화빵 열 개를 혼자 다 드셨다. 엄마는 군말 없이 잘 드시는 아빠를 바라보며 미소를 거두지 못했다.


이대로 집으로 가기에는 아쉬워 근처 궁리항의 한 카페에 들러 바다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배가 부른 채 따뜻한 카페에 앉아 있으니 졸음이 온다며 아빠는 얼른 집에 가자고 하셨지만, 카페에 오면 한 시간은 앉아 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만류 덕분에 주문한 커피는 다 마시고 나올 수 있었다. 다음에는 섬으로 여행을 가자는 엄마의 계획도 접수했다.


차에 타자마자 아빠는 곧장 잠이 드셨지만, 여행의 여운을 놓치기 싫은 엄마는 창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날씨가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도 두 분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즐기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제 카페에 가면 나란히 앉는 게 익숙한 부모님





더 멀리, 더 좋은 곳으로 모시고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늘 있지만 부모님은 막내딸이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또 그 마음에 더 고마워지고, 다음 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다음에도 또 묻고 싶다.


“바다 보러 또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