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아빠가 로봇 청소기를 사주셨다.
작년 집에 들인 로봇 청소기가 그렇게 편리하고 좋다며, 혼자 사는 내게도 꼭 필요할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 집에 로봇 청소기 ‘완숙이’가 입주했다.
그날 이후, 아빠의 마음도 함께 눌러 앉았다.
식탁과 냉장고만으로도 꽉 찼던 15평 아파트에 살 때는 로봇 청소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혼자 살기엔 제법 넓은 25평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 시작은 회사 부장이 이사 선물로 사준 중국산 로봇 청소기 ‘미숙이’였다. 국내 유명 브랜드도 아니었고,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말을 했지만 청소만큼은 제법 야무졌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한동안 청소하는 재미에 빠졌었다.
그런데 그 기특한 녀석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제 집을 찾지 못한 채 한밤중 안방으로 쳐들어오는 바람에 몇 번이나 귀신을 본 듯 놀랐다. 결국 미숙이는 전원이 꺼진 채 방 한쪽을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난 청소를 미루는 사람이 되었다.
그 이야기를 부모님 앞에서 웃으며 했는데, 아빠 마음엔 오래 남았던 모양이다.
“요즘 청소는 어떻게 하니?”
부모님 집에 로봇 청소기가 들어오면서 남게 된 진공청소기와 물걸레 청소기를 가져와 잘 쓰고 있다고 했더니 아빠는 “그래, 고생이 많다.”고 하셨다. 담담한 말이었지만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일요일 미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간 어느 날, 아빠가 전자제품 매장에 들르자고 하셨다.
“로봇 청소기 보러 가려고.”
“고장 났어요?”
“아니. 너 하나 사주려고.”
없어도 된다고,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몇 번을 말했지만 아빠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딸이 집에 오면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청소는 힘들지 않은지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아빠는 한 번 마음먹으면 꼭 해내고야 마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완숙이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며칠 뒤 도착한 새 로봇 청소기는 전원이 꺼진 채 서 있던 미숙이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다. 묵직한 몸으로 방바닥을 누비는 완숙이는 전보다 훨씬 말끔하게 청소를 해냈다. 지나간 자리에서는 뽀드득 소리가 날 만큼 바닥이 깨끗해져 마음에 쏙 들었다.
“전에 있던 것보다 훨씬 청소를 잘해요. 고맙습니다, 아빠.“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아빠는 로봇 청소기를 먼저 사용한 선배로서 조언을 덧붙였다.
“그래도 구석은 좀 놓치더라. 보고 있다가 안 된 데 있으면 닦아야 돼.”
아닌 게 아니라, 로봇 청소기를 들인 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빠는 여전히 청소기 꽁무니를 쫓아다니신다. 그런 아빠의 모습이 우습고 귀여웠지만,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나 역시 완숙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어디까지 닦는지, 어떤 길로 가는지 궁금해서다. 170cm가 넘는 커다란 내가 조그만 청소기를 따라다니는 모습에 혼자 웃음이 났다. 어쩔 수 없이 아빠 딸이구나 싶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아빠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어디까지 가는지,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 혹시 놓치는 구석은 없는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반백이 된 막내딸이 여전히 마음 쓰이는 존재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완숙이가 닦지 못한 구석을 내가 챙기듯,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삶의 구석은 아빠가 오래전부터 닦고 있었겠지.
로봇 청소기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나는 또 한 번 부모의 마음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