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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했을까?(10)

엄마는 기록물 보관소

by 메멘토 모리

엄마는 내 삶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엄마의 장롱에는 나의 추억, 나의 꿈, 나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엄마는 나의 기록물 보관소다. 우리 가족 삶의 추억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공직에서 퇴직하고 은퇴와 관련한 책을 출간하였을 때 나의 첫 봉급명세서를 책에 실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 물어보곤 한다. “25년이 지난 첫 봉급명세서를 보관하고 있었어요?”

타자로 친 나의 첫 봉급명세서는 엄마의 장롱에 보관되어 있던 것이다. 첫 봉급 때부터 5년 정도의 봉급명세서를 마치 보물처럼 포장해 보관해 놓으셨다.

그 장롱에 나의 추억은 무엇이 있을까? 하고 꺼내 보았다. 학창 시절 받은 상장, 성적표, 대학교 등록금 및 장학금 통지서, 공직에 있을 때 언론사 기고문, 그리고 나의 어릴 적 사진,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까지 어렴풋한 기억들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 기록들을 보며 한참이나 웃음 짓던 기억이 난다.

우리 5남매의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보관한 국가기록물 보관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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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봉급명세서에 삐뚤삐뚤한 글씨로 “장한 둘째 아들 고생했다”라고 적혀있던 것을 보며 웃음과 눈물이 함께 나왔다. 그리고, 첫 봉급날 부모님께 내의를 사드렸는데 환하게 웃으시던 엄마를 떠올렸다. 그때도 “우리 아들 장하다.”라고 하셨던 것 같다.

문뜩, 엄마는 장롱 속에 나의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최우수상, 우수상, 졸업장, 발령장, 합격통지서, 얼굴사진과 함께 나온 기고문, 봉급명세서를 보며 “내 아들로 태어나 고맙구나.”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내가 보고 싶을 때 이따금씩 그 장롱을 열어보시며 “우리 아들 애쓰며 살아 주어서 고맙구나”라고 했을 것 같다.

엄마는 나의 기록들을 보관하고 정리하며 나를 추억했을 것이다. 엄마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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