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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Sep 24. 2020

[런데이 8주 차] 마지막 달리기가 건넨 말

8주 차는 용기가 필요한 주간이었다. 첫 번째 달리기는 무려 20분을 달린다. 5분 정도 워밍업 달리기가 끝나고 3분 걷기를 한 후 20분을 쉬지 않고 달린다. 7주 차 마지막 달리기가 15분인걸 생각하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5분이라는 시간은 '할 수 있을까?' 하고 주저하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럴 때 '일단 해보고 아니면 나중에 다시 도전하지 뭐.' 또는 '대회를 나가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건강해지려고 달리는 거니까 부담은 내려놓자.'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부담감만 내려놓고 달리면 할만한다. 17분 동안은 약간 빠르게 남은 3분은 느린 속도로 달렸다. 땀이 뚝뚝 떨어질 만큼 열이 상당한 만큼 기분도 좋았다.


두 번째 달리기는 한 번도 쉬지 않고 25분을 달린다. 장기간을 달려야 한다는 생각은 초반 페이스를 무리하지 않게 붙잡아 둔다.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서서히 속도를 높이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속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영 에너지가 나지 않을 때는 속도를 천천히 낮춘다. 마지막에 쿨다운으로 5분 걷고 스트레칭도 꼼꼼히 해주며 마쳤다.


내 생일 다음날. 8주간의 종지부를 찍을 마지막 달리기를 했다. 5분씩 늘려가며 2번 달렸기 때문에 소진되는 구간만 잘 견디면 30분은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경험이 주는 힘이 생겼기에 마지막 달리기는 오히려 부담되지 않았다. 초반 속도를 조절하며 30분을 달릴 수 있도록 무리하지 않으며 달리기를 이어갔다.


아껴 읽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처럼 마지막 달리기를 하고 나면 코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나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지 궁금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쿨다운으로 걷는 동안 앞으로 달리기에 관심을 갖고 마라톤을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런데이 코치의 예언을 들었다. 이미 마라톤을 알아보고 전혀 관심 없던 달리기 유투버를 팔로우하고 있는 스스로를 생각하며 '그 예언은 이미 맞췄어요.'라고 속으로 답했다.

마지막에 그저 달린다는 행위의 기쁨을 잊지 말라고.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는 당부를 들으며 긴 레이스를 마쳤다. (한참 후에 왜 그런 당부의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땀에 범벅이 된 채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도 야근해서 힘든데 더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자리 양보를 했을 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의 만족을 위해 깔끔하게 일 처리를 했을 처럼. 아무도 봐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멋진 일을 해냈을 때, '스스로 그건 참 네가 잘했고 대견해.'라고 가슴 쫙 펼 수 있는 일을 한 날. 그날을 떠올리면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는 경험이 생겼다는 뿌듯함에서 오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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