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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Nov 19. 2020

가족과 함께 달리면 더 좋은 이유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언니가 물었다.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되냐고.

2달 전 달리기에 푹 빠졌을 때 한번 권했는데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는 너무 힘들어서 안 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줄 알았다.


내가 달리기를 입문했던 방법인 런데이 초보자 코스를 추천했다. 달릴 때 옆 사람과 이야기할 정도의 수준으로 천천히 달리면 생각한 것보다 힘들지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리고 얼마 뒤 달리고 왔다는 언니의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날 맥주를 마셨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속상했단다. 속는 셈 치고 달리고 왔는데 늘어난 몸무게가 빠졌다며 놀라움과 그동안 고통스럽게 뺐던 시간들을 상기하며 억울해했다. 달리기가 붓기에 특효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언니는 긍정적인 충격을 받은지 얼마 후 러닝화를 구입했고 주 3회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후 빨리 걷기를 하면 식욕이 올라와서 유산소 운동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 했는데 달리기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점도,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 오전 집중이 잘된다는 경험, 체력이 좋아졌다는 후기도 공유했다.


6주 차가 끝날 무렵 시간을 맞춰서 아침 운동을 같이 했다. 먼저 달리고 나면 달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선물했다. 처음 내가 달리는 모습을 봤을 때 내 뒤통수를 본 것처럼 어색하고 낯설었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기분. 영상을 돌려 보면서 내 폼에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달릴 때 신경 쓰면서 달렸더니 속도가 좀 빨라지는 발전도 있었다.


자매이지만 다른 점이 많았던 우리가 함께 운동하는 사이가 됐다는 게 놀랍다. 운동에 전혀 취미가 없었던 언니가 내 기상 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서 함께 운동을 한다. 서로 알게 된 달리기 정보를 시도 때도 없이 공유하게 됐다. 운동이 힘든 날 운동 후 커피 한잔 마시며 오늘 운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상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마라톤도 같이 신청해서 나갔다. 준비하는 동안 함께 연습하고 기념품도 같이 뜯어보며 기대감을 나눴다. 마라톤 당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마라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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