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과부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
안녕하세요 부부와 부모 자녀 사이의 대화를 돕는 대화코치 수진입니다.
저는 '육아'는 부모가 자극을 많이 받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명 '카더라 통신'도 많고요, 아이의 말과 행동에도 매 순간 자극을 받지만, 외부에서도 '육아'에 대한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가까이 계신 친정 식구들부터 시댁, 친구, 심지어 인터넷에서 올라온 글까지도 부모에게 자극 덩어리들입니다. 과거의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게 해라. ~게 하지 마라" 조언해 주는 사람이 많지요.
"지금 이 시기에는 ~~것을 할 줄 알아야 해"
"아이를 이렇게 키우면 안 돼"
"아이한테~것도 필요한 거야"
말하는 사람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자 관심의 표현일 텐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닥친 문제'가 곧 '나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자극을 떨어져서 바라보지 못하고, '나=자극'이 되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랑이자 관심이라고 해도, 말의 표현이 '~해야 한다'라는 강요와 당위로 전해지거나, '지금 너에게 문제가 있다'라는 식으로 전달이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기본적으로 민감한 성향과 기질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말 한마디나 어투에도 상처를 받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을 비난했다가, 자신을 자책했다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다가. 결국 마음이 무거워져서 바로 '눈앞에 있는 우리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작고 사소한 일에 짜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뭔데 이래라저래라 간섭이야?'
'우리 아이한테 이런 부분이 진짜 부족한가?'
'내가 너무 몰랐나? 잘못 키운 것은 아닐까?'
저는 부모는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기로 선택한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선택'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민감한 기질을 가진 분들이라면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자극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감정의 측면에서는 불안, 분노, 속상함, 무기력 등을 반복할 것이며 생각의 측면에서는 자기비난과 타인 비난을 넘나들며 괴로워할 것입니다. 이 땐 '선택'이 아니라 '휘둘리게' 되지요. 물론 휘둘리는 과정 속에서 경험하며 성장하는 것들도 있으나 의식적으로 주도하는 선택은 아닙니다.
그런 분들이 읽으면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책의 일부분입니다. 더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책을 구입해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미국 컨설턴트이자 코치, 작곡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프리츠 코치는 문제를 바라보는 2가지 지향점을 설명합니다.
1. 반응적인 문제해결지향형
부정적인 것이 나타나면 이에 반응해 해결하고자 애쓰는 삶을 말합니다. 이것은 우리 삶이 스스로가 아니라 외부 상황이나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입니다. 외적 문제를 해결하느라 자꾸 애쓰다 보니 우리는 끝없이 고생해야 합니다. 외적 환경에 반응하는 탓에 선택의 자유가 없습니다. '문제 해결'이라는 부정적 동기부여로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추진력이 결단코 생겨날 수 없습니다.
2. 주도적인 창조지향형
주도적인 창조지향형은 싫어하는 것을 없애는 것이 이나리 주도적으로 원하는 인생을 구축하는 패러다임입니다. 다시 말해 긍정적 동기 부여로 원하는 삶을 정해놓고 그것을 온전히 살며 헌신합니다. 뚱뚱한 것이 싫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입니다. 문제에만 집중해서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고생만 하고 살 것인지 당당하게 내 가치, 목적, 목표, 전략을 기반으로 한 행동에 집중해서 살 것인지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손가락을 심하게 빠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있는 부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문제의 해결하기 위해 애쓰겠지요. 수시간 맘까페 검색한다거나, 유튜브를 찾아보거나, 아이를 타일러도 보고, 재미있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하거나, 아이한테 '괴물이 나타난다다고 겁을 주기도 했다가, 부탁도 했다가, 관련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손가락에 쓴맛이 나는 매니큐어를 바르기도 하고, 손가락을 빨지 못하도록 장갑을 씌어주기도 하거나.
(이건 제가 다 해본 것들입니다ㅎ)
문제 해결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만, 이 문제를 다루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꼭 해결해야만 해! 이 문제 때문에 너무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하는 반응들이라면 손가락 빠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불안은 잠시 가라앉을 수 있으나, 또 다른 문제를 겪게 되어 있습니다. 손가락 빠는 문제를 해결했더니, 밥을 잘 안 먹네, 짜증이 많아졌다는 다른 문제 때문에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반응적인 문제해결형은 문제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무한 반복 패턴에 빠지게 됩니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자극 그대로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의미치료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틈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주도적인 창조지향형 부모는 자극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틈'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틈'을 만드는 방법들은 호흡, 걷기, 명상 등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여기서는 관계적으로 풀어보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감정 알아차리기
먼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먼저 알아차릴 것입니다. 손가락 빠는 아이를 봤을 때 부모의 마음이 불안한지, 걱정되는지 먼저 살펴봅니다. 그 불안과 걱정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을지 살펴봅니다.
2. 가장 밑 마음(본심) 알아차리기
"나는 아이가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가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도 낮잠을 잘 자도록 돕고 싶다"
가장 밑 마음까지 만나게 되면 우리는 창조할 수 있는 상태로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가장 밑 마음을 관계대화법에서는 뿌리 본 자를 써서 '본심'이라고 하는데, 이 본심을 만나게 되면 그때 우리가 하는 선택들은 달라지게 됩니다. 아이에게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고 평소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말 한마디를 더 건네게 되고, 부모가 직접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많이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마음이 넓어지며 자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감정에 휘둘려서 이리저리 애쓰는 삶이 아니라, 감정과 본심을 실현할 수 있는 선택들이 넓어지게 됩니다.
기질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고 민감하신 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더욱 커진다거나, 생각이 더 많아져서 복잡해질 수 있는데, 자극과 반응을 알아차리기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극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확대재생산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관계대화법은 민감한 기질을 갖고 있는 부모가 자신의 기질을 선물처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삶의 피해자'로서 문제에만 반응하지 않고 '삶의 주체자'로서 창조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말과 생각을 훈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