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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Mar 12. 2021

군가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정훈장교가 알려주는 군대 이야기.


군대에 가면 애국가보다 많이 부르는 것이 군가다. 군가는 군대에서 부르는 모든 노래를 아우르는 개념인데, 육군에서는 10가지 주요 노래를 10대 군가로 선정해서 훈련소에서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군가 중에 민간에까지 가장 널리 전파된 곡은 "진짜 사나이"로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은 어린아이들도 줄곧 따라 부를 정도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군이 군가를 부른 역사는 아주 오래되지 않았다. 기껏 거슬러 올라가 봐야 100년 남짓한 역사다. 조선시대에 장구와 꽹과리 장단에 타령을 섞어가며 군가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제 시대 이후 근대 군대조직이 도입 시기와 군가의 시작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군가의 역사는 우리나라 군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찬송가를 개사한 "독립군가"

<청산리전투 기록화>

독립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열악한 조건을 견뎌야 했다. 이유는 돈이다. 세상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특히 군대는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는 집단이다. 부가가치 자체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순전이 돈을 쓰기만 한다. 그것도 의식주를 다 제공해야 하니 보통 돈이 들어가는게 아니다.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독립군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자연히 그려진다. 그래서 독립군은 인력으로나 금전으로나 따로 군가를 지을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유명한 노래에 가사만 바꿔다는 개사 작업이었다.


크라잉넛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독립군가는 찬송가 '우리들이 싸울 것은'의  선율에 독립군의 의지를 담았다. 링크

조금 안타까운 사실은 그 찬송가의 원곡은 미국의 헨리 클레이 워크(Henry Clay Work)가 남북전쟁 때 지은 '조지아 행진곡 Georgia March'으로 일본인 미다니 미타니 다네키치(三谷種吉) 목사가 개사해서 복음성가에 실은 것으로 항일투쟁을 하던 독립군이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슬프면서도 아이러니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전쟁의 비극 "전우야 잘 자라"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링크

군가 첫 소절만 들어도 섬뜩하다. 이 군가는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에 만들어졌다. 전쟁 발발 단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내어줄 정도로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했던 당시 전세를 살펴보면 첫 구절 가사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전우야 잘 자라’는 1950년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된 직후 명동에서 유호와 박시춘이 우연히 만나 하룻밤 새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지고 있고, 군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크게 유행한 노래다. 80-90년대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를 정도였다.(10대 소녀들이 전우의 시체를 입으로 내며 고무줄을 넘는 그림은 피카소 그림만큼이나 부조화가 느껴지는 것은 논외로 하자)


한국전쟁 당시 제대로 된 장비도 없던 한국군은 탱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북한군에 상대가 되지 못했고 이는 곧 수십만의 희생으로 직격 되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우의 희생을 딛고서 다시 전진해 국토를 수복하자는 의지를 담은 슬프고도 비장한 군가다.




군가 인기투표 1위 "전선을 간다"

<출처: MBC 진짜 사나이>

군가 '전선을 간다'는 국방일보에서 2014년 실시한 군가 인기투표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링크

이 군가는 198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는 북한의 군사 도발이 극심한 시기였다. 1980년대 북한의 굵직한 도발만 꼽아도 KAL858기 폭파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한강 하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 김포공항 폭탄테러 사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주요 인사 및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도발은 1990년대 강릉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정절에 달했고, 급기야 2010년에는 연평도에 포격을 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국방부는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사기 진작을 목표로 문인과 작곡가들을 불러 모아 탐사라는 이름을 붙여 GOP로 보내버렸고, GOP로 간 그들은 그곳에서 영감을 받아 "전선을 간다"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면 이 군가의 첫 소절이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로 시작되는지 금방 이해하 간다.




이런 인기투표와는 별개로 실제 일선 부대에서 호불호를 떠나서 가장 많이 부르는 군가는 "전우"다. (이유는 분량이 짧아서)

그리고 인터넷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군가는 "멸공의 횃불"로 가수 MC몽의 발치 입대 비리를 비판하기 위해 "멸공의 횃불"이 주요 키워드로 급부상했는데,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장교가 되면 각 출신별로 부르는 군가를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도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 정신을 차리기 위해 군가를 흥얼대곤 한다. (물론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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