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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록씨 May 02. 2023

영화 '드림' 감상문

: 'XX같지만 멋있는' 그들의 '봄'


        드림

        감독 이병헌

        출연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이하늬

        개봉2023. 04. 26.




'신파' 라는 말로 부정하기에는 마음 속에 이미 들어있는 것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영화는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아니다. 이미 걸출한 국내외 작품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화 바탕' 이면 얼마나 실화보다 감동적이게 연출할 수 있는가는 꽤 골치 아픈 과제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 스포츠라는 주제는 흔한 공식이, 그리고 실패하기 어려운 공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 당장 적을 수 있는 것만 해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문제아가 정신차리고 마지막에 에이스와 하이파이브, 최약체팀이 최고 강한 팀을 상대로 하는 승리, 주목 받지 못했던 선수의 한 건, 감독과 선수들과의 마찰, 갑작스러운 후원의 중단 등. 아마 더한 것들도 떠올릴 수 있을텐데 이미 성공한 작품들이 만들어낸 필승 클리셰들은 영화를 마주하기 전부터 꽤 피로감을 낳는다.  







     사실 '드림' 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쓰는 이 글 또한 평가를 위한 글이 아니라 모든 부분을 좋게 평가하고 긍정적으로 승화하기 위한 감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원체 축구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싫어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내게 이 영화는 기대작은 아니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관객이 그러했겠듯이 나 또한 모든 클리셰를 떠올리고 갔고 '신파' 라는 말을 떠올리며 영화를 감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보기 좋게 눈 앞에서 세레모니를 당했다. 그들의 승리였던 것이다.


    갈등은 있지만 확실한 악역이 없는 이야기는 어쩌면 지루함을 낳을 수가 있다. 모든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만큼 극을 늘어지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하지만 '드림' 에서는 모두의 이야기에 주목할 때마다 함박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두었다. 홈리스 + 국가대표 + 축구단의 이야기라고 하면 지금도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홈리스에도, 국가대표에도, 축구단에도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무엇 하나 거창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음으로써 흔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느낌을 준다. 마지막 골을 넣고서 모두가 환호할 때 그 장면이 홈리스이자 국가대표이자 축구단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꽤 오래 길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방랑자들이 다시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작은 계단을 밟아올라갈 때 느끼는 그 감정은 꽤나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렇게 순조롭게 예상이 가는 과정 속에서 이 영화는 쉴틈없이 주고 받는 주옥같은 대사들의 향연에 입꼬리를 내리지 않게 만든다. 주인공 홍대의 눈찌르기 매드무비 영상이나 그걸 카운터쳤던 소민의 영상, 지하철 공익들이 주고 받는 대화, 축구단원들끼리의 티키타카, 해외 축구까지 잘 아는 진주씨의 축구 선수 이야기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대사들이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밈'을 사용하는 것처럼 꽤 신선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신파' 라는 코드가 들어가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우리 마음 놓고 충분히 웃고 충분히 감동받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모두 따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만큼 '사연 있는 사람들'이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지도 않는다. 때로는 농담같은 일들에도, 때로는 소소한 일에도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법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바라는 사소한 '드림'이 이루어지기를 우리는 알면서도 지켜봐주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정글을 두고 월드컵에 따라 가는 홍대를 본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잖은가. 당연한 걸 봤을 때 느끼는 편안함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봄' , '봄'.


  영화를 어떤 키워드로 풀어서 설명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봄' 이라는 소재가 떠올랐다. 신파극답게 뻔한 '봄' 이라면 그들이 길을 잃었던 겨울을 지나 새로운 봄을 맞이했다고도 얘기하고 싶지만 내가 이번에 특히 주목하고 싶은 '봄'은 또 다른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고, TV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처음 홍대에 대한 안좋은 소식들이 TV로, 유튜브 영상으로 퍼져나올 때 매니지먼트 회사의 반응, 축구를 해설하는 해설진과 홈리스 월드컵을 해설하는 해설진, 홍대의 청소년 폭행 사건에 대한 반응도 예능, 뉴스 등을 통해서 퍼져나가고, 홈리스 축구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가 성공적으로 방영이 되었을 때 시청률과 그 후속 반응들이 나오게 된다.


     영화 속에 또 다른 미디어들이 꽤 등장하는 편인데 이 미디어의 역할 또한 여러가지로 사용된다. 홍대에게 억하심정이라도 있는듯이 처음부터 홍대의 어머니 도주 사건에 대해서만 캐묻는 기자는 눈을 찔리고 나서 또 다시 홍대에 대한 안좋은 소식을 취재하기도 했다. 그는 홍대를 사회에서 매장하고자 마음 먹은 사람처럼 이를 악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즘 말로 '맑은 눈의 광인' 같이 행동하는 게 얄밉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빠진 홍대의 이미지를 세탁하고자 홈리스 축구단 다큐에 출연할 것을 제안하는 소속사, 그리고 다큐도 대사가 있다며 여러 장면을 연출하는 다큐 감독 소민.


    홍대는 짧은 시간 안에 이미지가 급추락했다가 급상승하는 일을 겪게 된다. 중견급 축구선수에게는 어쩌면 가혹할만한 일이기도 한데, 홍대의 반응은 때에 따라 살짝씩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이미지가 추락했을 때는 오히려 처음부터 축구에는 재능도 관심도 없었다는 듯이 연예계로 진출해 사람들 앞에 설 생각을 하고 이미지가 급상승했을 때는 인선의 단칸방에 몰래 숨어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지가 좋아져 정글의 법칙에 출연을 해야만 한다고 하자 축구단원들 앞에서 '처음부터 하기 싫었다.' 라고 얘기한다.


    홍대는 아마 자기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알 수 없는 가짜 다큐 속의 청개구리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불행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엔 엄마의 말을 청개구리처럼 듣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 독립을 한 지금도 뭐든 마지 못해 하는 척하고서 하기 싫은 일도 때론 억지로 하고 있는 어른 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촬영된 축구단원들과 웃고 장난치는 홍대의 모습은 꽤나 순수한 웃음을 지니고 있었다. 월드컵에 가서 감독으로서 한 마디를 할 때 촬영감독이 '대사 써줬어?' 라고 말한다. 홍대는 그제서야 진심을 말하게 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축구가 너무 좋다. 나는 연예인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라고. 거짓말을 연습하다보니, 메소드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정말 스스로의 자신을 찾아낸 것이다.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고 뛰던 그가 이젠







     축구선수로서의 홍대의 삶은 고독 그 자체였다. 누구를 위해서 뛰고 있을지 의심이 들었을 때 뒤돌아 본 관객석엔 그의 어머니조차 없었다. 매일 외롭더라도 열심히 연습하는 그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정말 열심히 뛴 경기에서도 자신의 노력에 주목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슈퍼스타 축구선수인 박성찬에게만 질문이 갔다. 홍대에게 가는 질문은 항상 '별 일' 그 자체인 어머니에 대한 질문뿐.


     그래서 홍대는 문제아처럼 운동장에서 외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저 박성찬이 하는 거 나도 할 수 있다고 봐달라고 세상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트롤'을 한 홍대에 대한 비난하는 감독, 기자들. 외면하는 동료 선수들뿐이었다. 오직 선배 1명만이 마지막에 남아 그가 노력했다는 걸 알아주지만 그 또한 홍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홍대는 엄마에게도 3,4순위인 자신의 인생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축구에게만큼은 1순위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을 뿐이다. 그 때의 윤홍대는 결국 따라잡는듯하다가 박성찬에게 뒤지고 만다.


     그런 홍대가 홈리스 축구단의 감독을 맡게 되고 그들을 바라봤을 때 드는 생각은 '답이 없다' 였을 것이다. 프로 선수의 눈에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무엇부터 가르쳐야할지도 모르는 갑갑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결국 그들에게 '이것도 못해?' 라는 마음으로 부딪히다가 그들에게 자신에게 주목할 것을 호통친다. 1:5 2만원빵 축구 내기를 통해 그는 홈리스들을 상대로 하는 경기임에도 진심을 다해 기뻐하고 통쾌해한다. 지금까지 못해본 세레머니를 다 해치워버리고 마음껏 상대방을 놀려댄다. 홍대는 그때부터 선수들에게 바라봐지는 감독이 된 것이다. 초등학생들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감독의 지도가 없으면 흐트러지고 자신감 없는 경기를 펼치는 그들에게 홍대는 따끔한 지도를 하고 성장을 이끌어낸다.


     홍대는 어느샌가 축구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들에게 큰 지지대가 된다. 효봉씨와 효봉씨의 딸에게 아주 큰 불만없이 집을 내어주기도 하고 자신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범수씨의 그녀인 진주씨에게도 축구 유니폼을 선물하고 불량 고등학생들을 퇴치해주는 등 멋진 일을 한다. 감독으로서 수하 선수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책임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모습은 인선이와의 관계에서 더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었는데 인선은 마음의 병이 있는 청년이지만 축구단에서 그나마 공을 잘 차는 선수기도 했다. 홍대는 그런 인선에게서 가망을 발견하게 되고 '움직이는 공은 못 찬다'며 틱틱대기도 하지만 꾸준히 연습을 시킨다. 인선이 축구를 통해 세상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이 어린 시절 축구에 열중했던 자신의 모습과도 어느정도 닮아서일까, 홍대는 정글에 출연해야할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인선이에게 공을 차게 시킨다. 마치 인선이라도 속 시원한 성공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것만 같았다.


     마지막 골은 환동 아저씨와 인선이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홍대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자. 홍대는 인선에게 머리띠를 주며 인선의 덮은 머리를 걷어준다.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어둡게 보였을 인선의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끝까지 공을 지켜볼 것' 이라고 코칭해준다. 그리고 홍대는 인선의 공을 함께 따라가며 그의 옆모습과 공을 바라본다. 1등인 성찬의 등만을 바라보며 뛰어야 했던 그가, 자신의 뒤를 지켜보는 자신만 바라보는 홈리스 축구단의 감독인 그가 인선과 함께 뛰며 그를 바라본다. 그는 인선과 '동행'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를 지켜봐준다면,








   이렇게 더 잃을 게 없는 홈리스 축구단,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누군가가 스스로를 '지켜봐' 줬으면 하는 것. 한참 전 이별한 아내와 딸이 자신을 걱정하지 않게 안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소중한 딸이 해외로 가기 전에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축구를 좋아하는 자신의 애인에게 미남 축구선수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어릴 적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것, TV에 나와 실종된 자신의 소꿉친구를 찾아내는 등 자신을 세상으로 꺼내어 이루고픈 목표가 각자 있다. 홍대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자 상처를 받았어야 했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TV에 좋은 모습으로 나오기만을 바라는 게 상반된다.


   홍대의 어머니는 한번도 홍대의 경기를 직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홍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청소년 국가대표 경기는 여러번 돌려본 듯 하다. 그의 결정골 장면을 정확히 기억하고 그의 앞에서 당장 일어난 일처럼 기뻐하며 세레모니를 해준다. 홍대는 그런 모습이 부끄럽고 어색하지만 '누군가에게 지켜봐지는 감정'을 상기한듯하다. 그리고 TV 속 활짝 웃고 있는 자신을 보고 기뻐했을 어머니를 떠올리며 홈리스 축구단과 그들의 목표를 연상했을 것이다.


    지켜봐줘, 라는 말은 일방적이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앞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 때 뒤를 돌아보고 아무도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음을 깨닫는 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홍대는 그런 질주만 해왔을 것이다. 결국 지켜봐줘라는 말은 지켜볼게라는 말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그들의 목표는 어쩌면 자신의 멋진 성장 과정을, 세상에 나와서 포효하고 있는 자신을 지켜봐줬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인선의 옆을 바라보며 축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되찾은 홍대는 다시 선수로 복귀한다. 그는 여느때처럼 입장을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진 점이 있다. 홍대의 등 뒤를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그들의 응원을 힘입은 홍대는 전력으로 질주하고 단독으로 치고 나가는 그는 이번에는 1등이다. 축구에게 그가 1등이길 바라지 않고 그에게 축구가 1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젠 걱정 없이 박수를 받으며 격려를 받으며 위로를 받으며 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홍대에게 홈리스 축구단에서의 경험은 홍대에게 또한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은 경험이었을 것이다.




눈빛이 닿는 곳에 그대가 있어주길



https://youtu.be/sU0R0pr4DpA




   마음만 먹으면 대회 최강자를 상대로 비등비등하게 싸우다가 1골 차이로 우승하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고 결정적인 골을 환동 아저씨가 넣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바라는 단 하나의 클리셰는 '응원'. 열심히 뛰어가는 우리의 등 뒤를 누군가가 응원해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뿐이었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외국인들에게 소위 말하는 '국뽕'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순전히 한국을 응원한다기보단 말도 안되는 경기를 해내고서 단 한 골을 넣더라도 기뻐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는 소민PD의 작업 끝에 대박을 치게 된다. 그녀는 '별 거 아니야' 라고 말하지만 그녀 또한 이 다큐멘터리에 꽤나 큰 사활이 걸려있었고 절박했었을 것이다. 축구와는 동떨어지는 소민의 극 중 역할이 조금은 따로 노는 것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소민은 '미디어'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을 세상에 알리는 미디어는 홍대의 예시처럼 사람을 나락으로도 인기가도에도 오르게 만들어준다. 단순히 핸드폰으로 누군가가 찍었던 영상을 재가공해서 사람들에게 홍대를 영웅으로 어필한 것은 소민이 그만큼 대중의 시선에 대해서 잘 파악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홍대를 눈찌르기맨으로 만든 패러디 영상도 사람을 나락으로 만들만큼 웃긴 영상이기도 했다.)


   이런 소민이 담아낸 홈리스 축구단의 모습은 결국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닿는 곳에 그들을 있을 수 있게 무대를 만들어주었고, 홈리스 축구단의 눈빛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담아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정말 성공적인 다큐멘터리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건데 박서준과 아이유의 웃는 얼굴이 정말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짜웃음을 지을 때보다 진짜 미소를 짓는 장면이 더 보기 좋게 느껴졌던 건 두 사람이 가진 연기력의 힘이기도 두 사람이 가진 에너지의 힘이기도 했을 것이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고창석과 이현우의 미소 또한 크게 와닿았는데 딸을 향한 미소와 사랑하는 소꿉친구를 향한 미소가 크게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는 러닝 타임 내내 '결국엔 웃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모두 웃는 얼굴로 극이 마무리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인선은 해외에 가서 일본팀의 스태프를 실종된 친구로 보게 되는데, 영화의 엔딩에 인선이 처음 보는 여자에게서도 실종된 친구의 얼굴을 보게 된다. 결국 해외에서 본 스태프는 진짜 실종된 친구가 아니라 친구를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이었지만, 그녀는 인선에게 웃으며 머리띠를 선물했다. 인선 또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잡지를 판매하며 낯선 이에게도 '행복하세요' 라는 말을 먼저 건넬 수 있게 되었다. 마음 한켠에는 당연히 잊을 수 없는 소꿉친구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애인이 살아있겠지만, 그녀가 인선을 세상으로 가장 처음 꺼내주었듯이 이제 그는 마음 한 켠에 다른 이에게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아량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또 그 부분에서 새로운 시작이 생겨날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에 대해 사전정보가 아예 없이 관람하게 되었는데, 마침 영화가 개봉한 당일에 보게 되었고 꽤 많은 힘을 받아가는 느낌이다. 복잡하게 꼬아낸 어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관람할 수 있는 이 영화가 내게는 마음이 더 편했고 이런 감상문을 쓸 수 있는 힘까지 얻어간 것 같았다.


 영화 속에서 '왜 이렇게 체력이 거지같습니까?' 라는 대사에 모두 싸해졌다가 히히덕거리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 특유의 농담조 대사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였다. 이 영화를 보는 모두가 스스로의 삶에도 농담을 던지며 힘든 일이 있을 땐 회복하고 웃을 일이 있을 땐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잘 봤습니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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