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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 Sep 25. 2022

BTS를 사랑한 라스베이거스 로컬 라디오 진행자

그녀의 이름은 멀세이디스(Mercedes) 다.

그렇다. 우리가 아는 그 자동차(Mercedes-Benz)랑 같은 이름이다.

그녀는 라스베이거스 로컬 라디오 채널인 'Mix 94.1 라스베이거스' 라디오를 진행하는 여성 진행자이다.

물론 나는 그녀를 만나적도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매일 나의 출근길을 함께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녀는 잘 웃고 잘 웃기며 남성진행자와의 호흡도 아주 적절하다.




나의 출근 시간은  남들보다 조금 이른 5시 반.

5시에 일어나 간단한 세수와 꼼꼼히 선크림을 바르는 것으로 라스베이거스의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차를 타고 출발과 동시에 라디오 채널에서 활기찬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Mix 94.1 라스베이거스'

다양한 음악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말 그대로 모든 장르가 믹스된 트렌드에 충실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청취자와 퀴즈를 푼다거나 가벼운 인터뷰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재미요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채널을 고정으로 듣는 진짜 이유는 이런 가벼운 대화들을 통해 어떻게든 영어 리스닝을 향상해보려는 마음에서였다.

여성 진행자와 남성 진행자의 현실판 티키타카를 알아들을 수 있는지, 청취자의 전화 통화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귀를 바짝 세우고 집중한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일상의 트렌드를 알려주는 이 라디오야말로 나에게 가장 좋은 영어 선생님 이기 때문이다. 딱히 영어 공부를 하지도 않고 뉴스를 챙겨보지도 않는 나로서는 그래도 최신 정보를 알 수 있는 말 그대로 '소통의 채널'이다.




이런 라디오에서 언젠가부터 한국의 팝스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BTS'.

그래. 이것이 뭐 새로울 것은 없다. BTS는 이미 세계적인 팝스타이며, 그들의 노래는 이미 심심치 않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우리의 멀세이디스가 BTS에 아주 사적으로 관심이 많다는 것과 그것도 아주 진심이라는 것이다. 멀세이디스는 다른 보통의 부모들처럼 십 대의 두 딸을 통해 BTS를 알게 되었단다. 처움에 딸들이 보는 영상을 같이 보면서 BTS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지금은 딸들보다 더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열정과 사랑을 라디오에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처음 BTS 7명의 이름을 모두 나열했을 때, 나는 혼자 차 안에서 끼득끼득 웃었다. 어눌한 발음에도 그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BTS 관한 모든 소식을 그녀를 통해 듣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기나긴 팬데믹을 지나 첫 대면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그녀를 통해 알 수 았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BTS 공연이 얼마나 기다려지며,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열변을 토해놓았다. 하지만 티켓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매일 웹사이트를 전전하고 있다며 고민을 했고, 남성 진행자는 그 모든 일어나는 일들에 놀라워했다. 몰론 멀세이디스는 공연을 관람했고, 그 에너지와 열기에 대한 후기도 잊지 않고 알려주었다. 이후에도 BTS의 잠정 해체 소식을 전하면서도 크게 걱정을 하기보단 더욱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돌아올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이미 BTS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국의 라디오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기 라스베이거스의 라디오 진행은 확실히 회사원 같은 직장인의 느낌이다. 가끔은 개인적인 이유로 방송을 쉬기도 하고 주말은 방송을 하지 않으며, 국경일도 꼬박꼬박 챙긴다. 

'방송이 뭐 저래?'

라는 생각과 함께 할만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에 주저하지 않고 자유롭고 유쾌하다.

멀세이디스는 오늘도 찰리 푸스와 정국의 노래를 틀며 BTS에서 RM를 가장 좋아하는 래퍼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이 사막 한가운데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라디오를 통해 한국의 가수 노래를 듣는 것도 경이롭고, 그 한국 가수의 팬클럽 아미가 된 여성 진행자의 고백을 듣는 것은 더욱 경이롭다.

나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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