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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Nov 29. 2023

그래도 영화관에 가는 이유

"형, 탑건:매버릭 4D로 재개봉했다던데 내일 보러 갈까"

"작년에 나왔던 거 다시 개봉했나 보네. 나 작년에 못 봤는데 내일 가자"

형과 오래간만에 집 근처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혼자 서울에 떨어져 살다 보니 고향에 내려오는 일이 자주 있지 않고, 오래간만에 고향에 오면 영화관 가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합니다.

마침 이번에 고향에 내려왔을 땐 형과 일정이 맞았고, 둘 다 한 번도 4D 영화를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기대감 속에 영화관에 갔습니다.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영화관에 도착해서 상영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서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스크린에서 우리는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전투기 조종 장면마다 펼쳐지는 4D 효과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서로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이런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줘야지"

"4D는 처음인데 너무 재밌게 잘 보고 나왔네"

좋은 영화를 놀이기구처럼 즐기고 왔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신나게 영화를 본 정도를 넘어 살짝 들떠 있었습니다.



문득 어렸을 때 들뜬 얼굴로 액션 영화를 같이 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명절 연휴 아침이 되면 곱을 붙인 채 종이신문 TV편성표가 나와있는 면을 리나케 칩니다. 어떤 특선영화들을 방영해 주는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체크니다.

공중파에서 틀어주던 성룡, 이연걸 주연의 액션 영화들은 늘 최고였고 볼거리 넘치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명절 부침개들보다 더 기대되는 메뉴였습니다.


멜로영화나 코미디영화가 라인업에 있으면 액션이 없다고 혀를 차며 실망하곤 했지만, 대부분의 명절 영화들은 볼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내게 명절이 기대되는 이유는 단연 세뱃돈과 특선영화 때문이었습니다.


형과 치고받고 싸워서 흠씬 얻어맞았어도 명절 특선영화를 놓칠 순 없었습니다.

영화 앞에서라면 자연스럽게 화해의 분위기 속에 공감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액션 영화와 함께라면 우리는 영화 속을 누비는 배우처럼 함께 몰입했습니다. 재밌는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그 감흥에 젖어 서로 들뜬 듯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때로는 재밌을 것 같은 영화를 미리 공테이프에 녹화한 후 몇 번이고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주로 볼거리가 많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재밌는 영화는 하도 많이 봐서 테이프가 늘어져 화질이 깨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시네마 세상으로 빠져드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탑건 영화를 4D로 보고 나온 순간 우리는 다시 어렸을 때 영화 앞에 몰입하던 그 형제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각자의 생업으로 바쁘고 이제는 떨어져 지내느라 자주 만나지도 못하지만 우리는 영화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함께 보내고 왔습니다.  

우리는 다시 어렸을 때처럼 들떠 있었습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느끼고 돌아온 이때, 아직 영화관을 찾아야 할 이유가 분명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탑건과 같은 영화라면 언제든 다시 영화관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잘 만든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어 관객들을 매료시켜 줬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의 고단함을 잊는 즐거움을 주고, 때로는 어렸을 때 시네마 세상을 마주하며 느끼던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는 영화라면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형과 함께 그런  잘 만든 액션 영화를 보러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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