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런던 - 세인트제임스 공원, 햄프스테드 히스
잘 쉰다는 것
by Shaun SHK Oct 12. 2019
런던에는 공원이 참 많습니다.
도심에 많은 공원들이 있는 덕분에 번잡한 대도시 속에서 잠깐씩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세인트제임스 공원을 방문했습니다. 나무 그늘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리들도 호숫가에 둘러앉아 편안하게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수 너머로 버킹엄 궁전도 살짝 보입니다.
세인트제임스 공원은 도심을 구경하다가 잠깐 쉬었다 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시내에 많은 공원들이 있지만 외곽 쪽에는 햄프스테드 히스라는 훨씬 큰 공원이 있습니다.
도시 구경이 피곤해질 무렵 시간을 내어 들렀습니다.
도심 쪽 공원보다 훨씬 넓은 데다 방문객도 적어 여유롭고 한적합니다.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보니 일정이 빠듯한 관광객들보다는 가족들과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멀리 런던 시내가 보이고 도심 공원들과는 달리 정제되지 않은 맛이 느껴집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가족들이 모여 앉아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이야기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중인지, 애기들이 칭얼대는 걸 달래고 있는지, 혹은 그냥 가만히 멍 때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모습이 여유로워 보입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나에게도 그 평화로움이 느껴집니다. 한 가족의 여유로운 일상이 바라보는 사람까지도 흐뭇하게 만듭니다.
햇살이 비치면서 햄프스테드 히스의 잔디가 더 싱그럽고 푸르게 빛납니다.
탁 트인 공간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음도 함께 트이는 느낌이 듭니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햄프스테드 히스에는 왕복 두 시간의 이동이 아쉽지 않은 싱그러움이 있습니다.
정신없던 런던 시내를 벗어나 한껏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산과 숲을 밀고 도시를 조성했지만 도시인들은 없어진 자연을 다시 그리워합니다.
주변에 산책할 만한 공원이 있는지가 주거지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한강뷰, 숲세권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면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생활 편의성이 좋은 도심에 살면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은 더 귀해집니다.
조용하게 공원을 산책하고 가만히 나무들을 바라보는 순간이 좋습니다.
어렸을 때는 시끌벅적하고 눈과 귀를 잡아끄는 화려함들이 좋았지만 이제는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바쁜 일상에 지쳐있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회색빛 건물들과 도로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지금이 여름인지, 가을인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환한 조명이 켜져 있는 실내공간에 있다 보면 낮이나 밤이나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에는 변화들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봄에는 화사한 봄꽃들이 피어있고, 여름에는 싱그러운 푸름이 있습니다. 가을에는 단풍들이 새로운 옷들로 단장하고 겨울엔 코끝을 시리게 하는 바람이 느껴집니다.
흐린 날과 햇살 비치는 날의 풍경이 다르게 느껴지고, 해가 저물어 갈 때의 발갛게 물든 하늘은 지금이 낮과 밤이 교차하는 때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공원을 거닐고 자연을 바라볼 때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자연이 주는 풍경과 소리에 집중할 때,
계절의 바뀜을 알고, 시간의 변화를 알고, 마음의 흐름도 더 잘 알게 됩니다.
우리에게 휴식이란 조용히 변화들을 바라보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변화하고 있는데 그 변화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쳐 갑니다.
계절은 바뀌어 가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그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면 몸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감정의 변화가 있는데 그 흐름을 모른 채 있다 보면 마음은 더 지쳐갑니다.
마음과 감정의 변화들을 돌아보며 시간을 내어 바라볼 때 우리는 진정으로 휴식을 취합니다.
잠깐의 휴식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잠으로도 충분하지만,
진정한 휴식은 내 주변의 변화들을 느끼고, 내 마음과 감정의 변화들을 느낄 때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내 주변의 변화들을 느끼고, 조용히 내 마음의 목소리들을 듣는 순간들은 온전히 나를 돌보는 시간입니다. 우리에겐 가끔 그런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잘 쉰다는 것은 외부와 내부의 변화들을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는 일입니다.
그리고 공원은 그런 잠시 동안의 여유를 주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더 잘 쉬기 위해, 더 지치지 않기 위해,
공원을 산책하는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