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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제이 Jun 26. 2019

원표 & 글로리아 입, 공작왕

'공작왕'은 80년대 인기만화였다. 당시 물밀듯이 쏟아져나온 일본 만화 해적판 중의 하나였는데, 시티헌터, 북두신권 등과 같이 열렬한 팬 층을 형성했다. 퇴마물의 시초격인 작품으로 이후의 퇴마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보기 좋은 해적판이 나온 시티헌터, 북두신권과는 달리 조잡한 해적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뒤웠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만화 인기가 갑자기 사그러들었는지, 정식 라이선스로 출간되지도 않았다.


'공작왕'은 현대(8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만화다. 퇴마사인 공작왕이 여러 요괴와 싸워서 처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작고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진행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아수라 등 주변 인물들이 늘어나고 거대한 악령을 상대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전형적인 일본 만화의 전개이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악령들과 그 악령을 물리치기 위한 주문들과 공작왕의 사투는 매번 가슴졸이며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유형의 만화는 전개를 예상하면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악령의 독창성이나 주인공의 능력이 새롭게 늘어가면 더더욱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공작왕'은 일본과 홍콩의 합작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홍콩 영화배우인 원표와 글로리아 입, 일본배우인 마카미 히로시가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액션은 원표가 월등하지만 일본 배우도 비중이 상당히 크다..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하긴 하지만 공작이 하나가 아니라 홍콩에서 자란 공작과 일본에서 자란 공작이라는 쌍동이 형제로 설정되어 있어 둘의 비중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영화 '공작왕'은 지옥의 왕을 깨우기 위한 열쇠인 지옥의 성녀 아수라가 등장을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아수라를 막기 위해 티벳의 사찰에서 공작(원표)이 일본으로 가고 일본의 사찰에서는 럭키 프루트가 출동한다. 이들은 함께 모험을 하면서 부활하는 지옥의 왕과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영화 '공작왕'은 만화 '공작왕'에 빠져있던 나에게는 볼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하지만 우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 내용이 요괴와 싸우는 이야기라서 판타지 적인 느낌과 특수촬영으로 만들어진 요괴가 중요한데 지금처럼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의 특수효과로서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요괴가 유치해지면 전체적인 이야기가 유치해져버리니까 말이다. 역시나 우려대로 특촬물의 느낌이 요괴들이 등장한다.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만든 모형으로 표현된 그런 요괴 말이다. 당시로서는 꽤 그럴듯하게 만든 요괴였음에도 유치함이 느껴졌었는데 지금 보면 못봐줄 정도일 것 같다. '공작왕'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 요괴가 그럴 듯 하지 못했기에 만화의 느낌을 주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이 원표인 것도 흥행에 부정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상 만화속의 주인공이 미소년인데 반해 원표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나이도 어리지 않고 생긴 것도 만화와 너무 달랐으니까. 공작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첫인상이 너무 달라서 괴리감을 크게 느낄텐데 왜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파워있고 아크로바틱한 액션으로 특수촬영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당시 성룡, 홍금보와 한참 인기있던 스타를 쓰려는 목적이었던지. 그래서 일본인 배우도 더블 캐스팅해서 공작왕이 쌍둥이라는 무리수를 두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원표의 공작왕은 제작진의 무리수가 분명했다. 원작의 느낌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캐스팅은 훌륭했다. 여주인공인 아수라역을 맡은 '글로리아 입'은 당시 아직 학생인 신인이었지만 순진해보이는 미소로 관객을 끌어모았고 이 영화로 반짝 스타로 떠올랐다.  아수라를 중심으로 한 '공작왕2'도 성공한 것은 글로리아 입의 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국내에서 글로리아 입의 인기는 엄청났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후에 히트작 없이 반짝스타로 끝나버렸다.  

원작의 힘인지, 배우의 힘인지, 영화 자체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14만 정도의 서울 관객수는 당시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원작 만화의 많은 것을 훼손했음에도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이 맞았다는 증명인 것 같아 씁쓸하다. 



옛날에 재밌게 본 영화를 다시 보려는 시도는 잘 안하게 된다. 특히 드라마가 아닌 특수촬영이 필요한 SF나 액션, 호러 등은 지금 보기에는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 있어서이다. 공작왕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아마 거슬리는 요괴들로 인해 영화 감상이 제대로 안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이 자주 리메이크 되는 것 같은데, 리메이크 작품들은 특수촬영을 그래픽으로 멋지게 입히는 것 외에는 노력을 하지 않아 대부분 실패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감성도 달라졌는데 말이다.


이 영화는 왜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 지 모르겠다. 줄거리는 흥행할 수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이고, 지금의 기술이라면 요괴를 상당히 그럴 듯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주인공만 미소년으로 잘 캐스팅한다면 상당한 액션 스릴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후에 그런 시도가 없는 것은 안타깝다.

'공작왕'은 주요 설정만 그대로 가지고 현대식으로 멋지게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영화이다. 가벼운 코믹이 아니라 R 등급의 액션 스릴러 형태로 말이다. 언젠가는 만들어 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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