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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제이 Jun 19. 2019

도박영화의 걸작, 지존무상

'영웅본색' 이후로 비슷한 류의 누아르 영화가 쏟아져 나왔고, '영웅본색'으로 스타가 된 주윤발은 여러 비슷한 영화에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었다. 비슷비슷한 홍콩영화에 식상해질 때 즈음에 등장한 영화가 도박을 다룬 영화 '지존무상'이다. 당시에 '열혈남아', '강호정'에 출연했던 유덕화와 '용형호제'의 알란 탐이 주인공을 맡아서 열연을 펼쳤는데, '지존무상' 이후에 '정전자'를 비롯한 도박영화가 쏟아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전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괜찮은 작품이 없었다.


'지존무상'은 여러 장점이 있는 영화이다. 일단 두 주인공이 멋지다. 배우보다는 가수로 더 유명했지만 성룡의 '용형호제'에 출연한 이후 널리 알려진 알란 탐과 이후에 수많은 영화를 통해 톱스타로 올라선 유덕화가 주연이다. 이 당시 홍콩영화는 조금 과장되게 멋 부리고 진지한 척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던 시기였는데, 이런 영화에는 주인공이 얼마나 멋진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분의 영화가 비슷한 유형으로 쏟아져 나오므로 주인공으로 차별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알란 탐, 유덕화라는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주인공은 자신들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유덕화는 이 작품이 유덕화 신드롬의 시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인 알란 탐보다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 틀림없지만 '지존무상'은 그것만 의존하는 영화 아니다. 시나리오도 충분히 훌륭하다. 적당히 멋을 부리고 적당히 열정적이며 적당히 액션도 보여주는데, 우정과 의리라는 진부한 주제를 그리면서도 그 안에 빠져들도록 만들어졌다. 무엇보다도 유덕화가 카렌을 빼오는 장면과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드 장면은 발군이다.


지존무상'은 89년 개봉 당시 서울 24만 명으로 흥행 1위를 차지했었는데, 그래서인지 당시 인기 영화 잡지였던 '로드쇼'는 '지존무상'의 장면들로 구성한 컬러 화보집을 별책부록으로 제공하기까지 했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하해(유덕화)는 아삼(알란 탐)과 도박판에 복귀하는데, 미국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는 용 형에게서 지원 요청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일본인 도박사 미야모토 부자를 물리친다.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아삼은 거리에서 행운의 동전을 구매해서 아해에게 준다. 그리고 둘은 카렌(진옥련)을 만나서 좋아하지만, 아삼을 위해 아해가 양보한다. 미야모토 부자의 의뢰로 아삼이 인질로 잡히고, 아해는 아삼을 구하기 위해 왼손을 다친다.
아삼은 도박을 끊고, 아해는 왼손 부상으로 도박을 하지 못해 힘들게 지내다가 보보(관지림)와 사귄다. 아해는 미야모토 타로의 돈을 강탈하고, 미야모토 부자는 복수로 카렌을 납치한다. 아해는 보보와 카렌을 구하로 가지만, 아해는 잡히고, 보보는 살해된다. 그리고 독이 든 잔 내기를 통해서 카렌을 데리고 나오고 아해는 죽는다.
아삼은 복수를 위해 미야모토 부자와 게임을 벌이지만 마지막 한판을 남겨둔 채 총을 맞고 카렌이 게임을 이어받아 최후의 승부를 펼친다.


카드 도박 영화는 마지막 도박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성공적인 마무리가 될 것인지를 좌우한다. 수많은 도박영화들이 그 마지막 장면에 많은 아이디어를 적용한다. 엄청 좋은 카드를 마지막에 만들어 승리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카드로 블러핑을 통해 이기기도 한다. 중간급의 카드지만 상대방보다 하나 높은 것으로 승리하기도 한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촘촘히 쌓아놓는지가 결과의 임팩트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

'지존무상' 역시 멋진 도박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최고의 패로 승리하는 방식을 사용하 하지만, 도박사가 아닌 도박을 모르는 카렌으로 도박을 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속이는 트릭을 사용한다. 그것을 위한 과정이 촘촘히 쌓여있어서 마지막 승부가 결정될 때의 카타르시스를 배가시킨다.  마지막에 아삼의 설명과 카렌의 떠남, 그리고 아삼과 동전, 이 모든 것도 멋을 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멋지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지존무상'은 당시 굉장한 반응을 끌어냈던 영화이다. 이 작품 이후에 무수히 많은 도박 영화가 나왔지만 '정전자' 정도를 제외하면 잘 만든 작품이 드물다. 감독과 주연이 바뀐 '지존무상 2'도 졸작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후속작 중에 알란 탐과 유덕화가 출연한 '지존계상'은 독립적인 이야기와 떨어지는 완성도에도 '지존무상'보다 서울 흥행이 앞섰다는 건 아이러니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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