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가물한 기억이 어지간히 속 썩인다.
알듯 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제멋대로 타협을 거부한다.
"뭐더라? 그거 있잖아 그거.."
단어 상실 연발탄을 쏘고 나면
맥이 끊기고 맥이 풀린다.
너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하다.
"괜찮아, 기억력이 문제야"
위로 아닌 위로에도 달아난 기억은 오지 않는다.
"찾고 말 테다, 기억은 돌아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고도 대책은 없다.
건망증인지, 기억의 착각인지.
성능 좋던 머리도 닳아지니 말짱 도루묵.
허물없이 던진 말이 웃기고도 슬프다.
기억은 시간을 타고 변한다.
몇 가지가 보태지거나 빠지면서.
오래된 기억은 앞뒤가 바뀌기도 한다.
기억의 잔재가 같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선명함도 퇴색한다.
한때 좋아하고 사랑했던 기억도
절망하고 좌절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건조해지고 무뎌진다.
슬픈 기억은 덜 힘들게 되돌림 되고
좋은 기억은 미화되어서 아련하다.
힘든 후회도, 아픈 상처도, 아쉬움도
좋든 싫든 지나온 시간의 기억들은
생의 마지막까지 안고 가는 추억의 선물이다.
암튼...
쓰다 보니 글이 샛길로 빠졌다. 뭐 그럴 수 있지.
쓰는 공간에 쓰는 자유는 내 것이니..
난 지금 홀연히 사라진 기억을 찾는 중이다.
호들갑 떨며 눈 부릅뜨고 헤매도 오리무중
돌아올 기미가 희박하다.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땐 더 또렷하고 생생하게 떠오르더니 아니 왜? 왜?
아니꼽다. 이기적이다. 곱씹을수록 얄밉다.
사전 예고도, 설명도, 양해도 없이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이다. 아니다. 불통이다.
소.통.불.능.이라고 들어는 봤니?
아, 필요 없고 소용도 없다.
구겨진 마음 억지로 우겨서 펼 일이 아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리라.
아니다. 시간이 약이다. 이쯤 해서 퉁치자.
이름 붙일 수 없는 씁쓸함 뿐이다.
내 맘 훤히 아는 그 씁쓸함이
연민을 담아 한마디 보탠다.
"기억할 게 많으면 피곤만 할 뿐이야. 적당히 잊어주며 사는 거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