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혁명의 물결로 출렁였고 사람들은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깃발을 흔들었다 아직 아침을 맞지 못한 나무들 사이로 붉은 목소리들이 무리 지어 걸어 다녔다 검은 깃털을 머리에 꽂고 투명하고 긴 소매 자락과 작은 방울을 흔들며 여인들은 해안을 지나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바다는 무수한 물방울들을 하늘로 일으키며 작은 아이들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태어나고 그때 검은 눈의 아이 하나도 태어났다
울지 않는 눈을 깜박였다
병든 노인들이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할 때였다
아이는 반짝이는 발목을 가진 아이로 자랐고 숲과 해안을 늘 궁금해하며 첫 생리를 했다
처음으로 언어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을 무렵
그 발목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게 되었다
아이는 저주에 걸린 오빠들을 위해 가시덤불로 조끼를 짜던 소녀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미처 다 짜지 못한 마지막 반쪽짜리 조끼를 걸친 채 반쪽 날개만으로 호수에 남게 된 막내 오빠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했다
식탁 위의 흰 접시와 은그릇들은 텅 빈 채 차려졌지만 막내 오빠와 아이는 맛있는 저녁을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아이는 가시덤불로 반쪽짜리 조끼를 짰다
자신의 가슴에 대보며 가시들이 심장을 찌를 때마다
훌륭한 조끼가 곧 완성될 거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조끼가 점점 완성되어 갈수록 아이는 기억을 잃어갔다 흐릿한 저녁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낯선 이의 얼굴처럼 더듬었다 아이는 거울 속 사람이 우는 것을 보고 손을 내밀었다 세계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고 누군가가 자꾸 떠나는 것 같았지만 아이는 그게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