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희로애락
회사에서 과장이 될 때까지 후배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 회사에는 매년 신입사원이 들어왔지만, 내가 속한 부서로 발령받는 신입사원은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젊은 인턴 2명이 우리 부서로 발령받았다. 7년 만에...
소속부서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54.8세, 나를 제외하면 평균연령이 55세가 넘는다.
내가 없으면 50세의 과장님이 막내다. 나랑 반올림해서 20살 차이...
몇몇 친구들은 기겁하는 고령화된 조직이지만, 난 잘 적응해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나 또한 '꼰대'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젊은 꼰대'가 된 것이 아닐까...
인턴들을 꼰대의 잣대로 바라보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꼰대의 잣대'란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들,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들은 하지 못하지만 MZ세대에게는 요구하는 것들, 업무역량이 아닌 인성과 태도... 관계에 기반한 기대사항들...
이런 것 없이 인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2명의 인턴들과 약 1개월을 같이 근무했고, '꼰대의 잣대'를 이해하게 되었다. (경험을 통해 진정한 꼰대로 다시 태어났다.)
난 입사 당시에 인사 잘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반면에 옆에 동기는 인사를 안 한다고 흉보는 이야기도 들었다. 인사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했었다. 오히려 인사를 안 한다고 흉보는 선배들을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근데!!! 신입에게 인사가 왜 중요한지 느껴버렸다!
인턴은 나와의 첫 통화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무실에 첫 출근했을 때, 근무기간 내내 활기차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심지어 내가 지각해서 조용히 들어가는 날에도 눈치 없이 큰 목소리로 내게 인사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첫 통화에서 인턴의 밝은 목소리는 내 기분을 올려줬고, 인턴들의 힘찬 인사는 칙칙한 사무실 분위기를 밝게 바꿔주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최근에 내가 밝게 인사한 적이 있었을까? 없었다.
7년 간 같이 지내다 보니 익숙함이 커졌고, 자리에 앉으면서 조용히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는게 전부였다.
인턴들이 밝게 인사를 하니 다른 분들도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고, 자연스레 대화도 많아지며 웃음도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인사의 중요성을 느꼈고, 왜 선배들이 신입들의 인사하는 모습에 관심이 많았는지 이해되었다.
신입사원이 아무리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고, 활동 경험이 많고, 경력도 있는 중고신입이라 할지라도 입사하자마자 업무파악하고 조직이해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1-2개월 근무하는 단기 인턴은 업무참여조차도 어려울 것이다. 조직적응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인턴이나 신입 때를 떠올려보면, 업무참여 수준이 매우 낮았다. 나름 사회경험이 많았고 OA역량도 뛰어났지만, 단순 사무 외에는 업무참여가 쉽지 않았다.
이번 인턴들을 보며 열심히와 오만함의 차이를 알고, 항상 겸손해야 함을 느꼈다.
인턴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퍼포먼스를 내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은 과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로 다른 업무에 참여하려고 하거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문제점만 계속 언급하거나, 공동업무를 요청해도 독단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심지어 스스로 일을 해보려 동료인턴들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강요해 서로 간의 불만사항이 접수되기도 했다.
심지어 기존 선배님들의 일처리 방식과 소통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야기하는 인턴도 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았다.
멘토인 나에게 인터들의 과한 행동들은 안 좋게 느껴졌다. 자신의 상황과 역량을 객관화하지 못한 욕심만 가득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순간 몇몇 인턴들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직원으로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스스로 잘한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이 똑똑하다고 말하고, 개선점이라는 명목으로 문제점을 지적만 하는 모습들이 오만하게 느껴졌다. 주어진 간단한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신입이니까, 모르니까, 못하니까 가만히 있어라가 아니다. 개인 입장이 아닌 조직입장에서 신입/인턴인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고민했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과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만큼, 겸손하게 시작해야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됐다.
인턴들과 생활해보니 오히려 '꼰대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게 됐다. 그들로 인해 난 완벽한 꼰대가 되었다.
'꼰대의 잣대'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기준들이 조직생활의 기본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내 모습도 많이 반성했다.
나이 차이가 많은 만큼, 아직도 종종 신입사원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한참 어린 내게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한 조직에 오래 있던 고인 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입장보다는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더욱 많아졌던 것 같다.
예전처럼 밝게 인사를 건네고, 겸손한 마음으로 조직생활에 임해야 할 것 같다. 조직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면, 그 모습이 무엇일지 내 상황과 역량을 기반해 더 살펴봐야겠다.
언제까지 조직입장에서만 생각해야 할까? 조직에 몸 담고 있을 때까지... 난 조직의 일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