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안내서 #2

넌 원래 예민하잖아? 그건 설명이 아니라 낙인이다

by 담아


“넌 원래 예민하잖아.”

그 말은 겉으로 보면 이해와 배려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해하는 척하면서 분리해 버리는 말이다.


그 말엔 이런 전제가 숨어 있다: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지금 너의 반응은 나와 상관없고,

그래서 나는 아무 책임도 없다.”


이해가 아니라 회피다.

수용이 아니라 거리 두기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내 감정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 감정은 오롯이 ‘나의 성향 탓’이 되고,

상대는 너무 자연스럽게 가해자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예민하다는 말은 사실 예리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 예민하다는 말은

‘불편함을 참지 않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된다.


그 순간부터 나는 말할 수 없고,

상대는 배려했다는 환상을 가져간다.

이게 무례의 진짜 얼굴이다.



[감정 큐레이션]


『감정은 어떻게 정당해지는가』 – 허지원

감정의 타당성과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구조에 대한 심리학자의 통찰


『나는 예민해서 힘들다』 – 전홍진

예민함을 ‘감각의 날카로움’으로 보는 심리 서적



예민함은 감정의 민감도가 아니라,

불편을 정확히 감지하는 능력이다.


그걸 조롱하는 말투 안에 숨은 무례함,

그것을 포착하는 능력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그건 말의 결을 읽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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