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안내서 #3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by 담아


직장에서 ‘감정을 잘 다룬다’는 말은

늘 이상한 방식으로 쓰인다.


대개는 누군가 울지 않고, 화내지 않고,

틀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

“감정 조절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나는 늘 그게 궁금했다.


정말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은

무표정으로 참는 사람일까?

아니면 아프다는 말을

제때 꺼낼 수 있는 사람일까?



어느 날, 팀장이 말했다.

“너는 왜 그리 기복이 없지?”

그건 칭찬처럼 들렸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날 나는 그냥 피곤했을 뿐이었다.

말을 줄였고, 웃지 않았고,

질문에도 평소보다 반 박자 늦게 반응했을 뿐.


그런데 감정을 조절한 내가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 내가

‘이상적인 직원’이 되었다.



그 뒤로 나는 감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표시”를.


불쾌한 말에도 웃었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했다.

동료가 눈치를 주면 그 눈치를 먼저 읽었고,

내 감정은 항상 맨 마지막에 뒀다.


그리고 그럴수록 칭찬은 늘었다.

“분위기를 잘 맞춘다.”

“문제가 없어 보인다.”

“조율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점점 ‘나’가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감정을 다룬다는 건,

무조건 감추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다룬다는 건

언제 꺼내야 하는지를 아는 것,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안고 가야 하는지를 아는 일이다.


하지만 조직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조직은 그냥 감정이 없는 사람을 원했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렇게

자기감정을 꾸역꾸역 삼키며

조직 안에 존재감을 맞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감정을 다루지 못하는 게 아니라,

조직이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거야.


감정을 느끼는 당신은 아무 문제없다.

당신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조직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