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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소멸 - 장세현 은지화 개인전

by 그림 자객


<개인전 소식 알립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외람된 소식 전하게 되어 송구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정이라 어쩔 수 없네요. 이번 전시명은 기억의 소멸입니다.


‘나’라고 생각하는 나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마도 기억의 덩어리가 아닐까? 기억의 창고 속이 어느날 텅 비어버렸을 때 치매가 오고, 그 창고조차 아예 없어져 버리는 날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창고는 날로 채워지기도 하고, 날로 비워지기도 한다. 때론 없어져 버린 기억들이 잔뜩 먼지를 뒤집어쓴 채 한 귀퉁이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내 기억의 창고 속엔 웬일인지 10대 이전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앞냇가에서 소꼽동무들과 자맥질을 하고, 고기잡이를 하고, 옥수수를 쪄먹고, 밭일 나간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유아적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이 많은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내 작품은 기억의 창고 속에서 꺼낸 단편적 이미지가 많다. 보고 있으면 스스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대들 또한 영롱한 기억의 창고 속에서 충만하시라. 그 기억들조차 소멸되는 날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언젠가 찾아드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아름다운 기억과 함께 아름답게 소멸되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서 소망한다. 아름다운 소멸을 위하여 이 미약한 생이 아름답게 꾸며질 수 있기를ᆢ!


(* 일요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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