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안에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는 세상은 좋은 세상일까
얼마 전 네이버가 'DAN 24'라는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DAN'은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플랫폼의 우리말인 '단'이라고 하더라고요. 컨퍼런스를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네이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컨퍼런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https://youtu.be/Jd8V1pCkPn4?si=pCwylzAKHajb55pY
아래 DAN24 사이트에 발표 PDF도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네이버가 추후 AI 를 어디에/어떻게 활용할건지, 네이버 커머스/지도/클립 등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의 기획 의도와 발전 방향은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꽤나 흥미롭습니다. 저는 IT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가 매일 쓰는 네이버 서비스들의 변천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네이버가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컨퍼런스 DAN'>
-IT 직종, 서비스 기획, 개발, 마케팅, 디자인 직군에 있는 분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키워드는 '추천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디지털 광고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라는 매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네이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편입니다. 뭐가 자주 바뀌거든요. 물론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메타가 있고, 최근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광고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소상공인이나 광고비가 적은 광고주가 사용하기 좋은 매체기이도 하고요.
이번 컨퍼런스에서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에 '지금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 배송 서비스는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현재 '네이버 도착보장'이라는 배송 서비스가 있는데, 아마 이를 더 발견시키겠다는 뜻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이버 어플을 유심히 본 분들은 이미 발견하셨겠지만, 네이버 어플 왼쪽 하단에 'N+스토어'라는 탭이 생겼습니다. 현재는 네이버앱에 딸려있는 서비스이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네이버플러스토어'라는 별도 앱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해집니다.
https://www.hankyung.com/amp/202411113148i
퀵커머스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 로켓배송, 컬리 샛별배송, B마트, 올리브영의 오늘드림까지... 기사를 보니 이제는 가전업계까지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런 빠른 배송 서비스를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물건을 이렇게까지 빨리 받아야할 이유가 있나?' 답은 '글쎄'였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편리하고 꼭 필요한 서비스이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퀵커머스가 우리 삶의 질을 정말 향상시켰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배달앱 서비스의 수수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차라리 배달앱 없이 배달책자로 주문시켰던 그 시절이 낫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처럼요. 넘쳐나는 일회용품, 잦은 배달음식으로 망가진 건강, 얇아진 우리의 지갑을 떠올려 보면 어떤가요? 배달 음식을 먹고 '아 괜히 시켰네'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쓰레기 치우는 것도 어찌나 수고스러운지요. 어쩌면 배달앱이 없었더라면 참을 수 있었던 욕구일지도 모릅니다. 쿠팡 로켓배송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실 로켓배송이 없었을 때도 우리는 잘 살았습니다. (이러한 논리가 위험할 순 있겠지만요)
필요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생겨났기 때문에 필요하게 된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죠. 저 또한 마케팅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때로는 마케팅이 불필요한 니즈를 창출한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마케팅에 속지 말라, 마케팅은 사기다!라고 말하는 이유겠지요. 마케팅의 기본은 교환입니다.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면, 회사는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시간을 제공해야합니다. (브랜딩으로 확장시킨다면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까지) 그러나 요즘 시대의 마케팅은 교환이라기보다는 불공정 사기 거래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도 들더라고요. 하하... 너무 갔을까요?
얼마 전에 잠실에 갔습니다. "쿠팡 노동자들의 인권 처우를 개선하라"는 피켓 시위를 목격했습니다. 배달 노동자들의 과로사 기사도 드물지 않게 접합니다. 그런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인간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물건을 이렇게까지 빨리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네이버의 지금 배송 서비스가 미칠 영향이 궁금하면서도, 솔직히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애초에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물건도 있을 겁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며칠 전에 미리 구매를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아 그냥 로켓 배송 시키고 말지 뭐' 이렇게 생각해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한 번 익숙해진 서비스의 생태계에서 빠져나오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의 의지만으론 안 될 수 있어요.
오늘 글은 다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논조로 흘러갔습니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 광고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써 조금 민망하기도 하네요. 이러한 변화들이 '잘못'됐다기 보다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