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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Nov 12. 2020

사춘기를 문전에 둔 조카에게 놀란 이모

문제는 초상권

우리 아이들에겐 세상에 딱 하나뿐인 이모가 있다. 이 이모는 조카가 생기자마자 조카를 품은 나와 한 집에 살면서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마사지까지 해주며 언니를 극진히 보살폈다. 조카가 태어나고는 서울과 대전을 매주 오가며 조카의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물고 빨았다. 지금도 아침이면 같이 살고 있는 엄마에게 문안인사랍시고 하는 전화의 첫 마디는 “우리 돼지들은?”이다. 이모의 사진을 SNS계정의 프사로 해주면 이모티콘을 보내주겠다고 협박하고는 조카의 계정에 자신의 사진을 강제로 올린 철없는 이모다.      


나에게는 세 살 어린 동생이 있다. 이 동생에게는 세상 어디에 내 놓아도 남부러울 것 없는 조카가 둘이 있다. 이 조카들은 이모가 죽는 시늉을 하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총 맞은 사람처럼 갖은 연기를 다 하며 쓰러진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미혼의 이모에게 연금을 들어야 한다며 노후까지 걱정해주는 조카다. 4학년에 되어서야 가지게 된 스마트폰으로 이모가 보내주는 편의점 쿠폰을 받기 위해 이모에게 아양을 떨며 톡을 날린다. 그렇게 예쁜 조카 놈에게서 슬슬 사춘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학교를 안가는 날이 길어지다 이제는 원격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원격 수업 전에 아이들은 중요한 원칙, 법칙 같은 것들을 익혔다. 그것은 바로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관련된 것들이다. 수업 중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촬영하는 행위나 수업 장면을 캡처하는 것들이 모두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으니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는 경고였다. 10살이 넘어가면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11살이 되면서는 극도로 사진 찍히는 것에 예민해졌다. 거기에 초상권에 대한 얘기들을 들으면서 사진 찍힘에 대한 방어를 법까지 들어가면서 대기 시작한지가 한참인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조카들을 보겠다고 이모가 집에 왔다.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었고, 상을 치우고 조카는 이모 앞에서 평소 하던 데로 장난을 쳤다. 그 모습을 남기고 싶던 이모는 평소와 같이 휴대폰을 들어 조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건의 발단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모, 사진 지워.”     


“한번만, 예뻐서, 다시 해봐 또 찍게”     


“지워, 난 싫어, 그거 초상권 침해야.”     


이모의 핸드폰을 뺏어 사진을 지우려하자 이모는 직접 사진을 지웠다. 사진이 지워졌는지 확인하겠다는 조카와 이모사이에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모 그건 초상권 침해고, 신고할 수도 있어.”     


두둥! 이모는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던,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던 조카의 입에서 이모를 신고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모는 조카를 붙잡고 일장 훈계를 시작했다. 그렇게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하면서 십 여분이 지났다. 방에서 듣고만 있던 내가 중재에 나서겠다고 아이를 이모에게서 띄어놓았고, 이모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몇 달을 아이의 초상권을 두고 진통을 겪었던 터라 우리 가족은 아이의 그런 반응에 덤덤했지만 이모는 달랐다. 이제 곧 사춘기 굴속으로 들어 갈 조카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에 충격이 클 만도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한 이모와 조카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거실에서 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꼭 끌어안은 채 영화 <반도>를 봤다. 서로 소리를 질렀다 감싸 안았다 눈을 가려주었다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폼에 큭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와 한마디 했다.     


“너희 둘이 되게 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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