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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장 May 19. 2024

금주를 하면 생기는 변화

100일 금주일기

금주 98일 차에 쓰는 100일 금주일기

5. 금주를 하면 생기는 변화


처음 금주를 시작할 때 가벼운 마음 아니지 너무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기에 금주의 효과에 대해서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 대단한 기대가 있으면 부담이 되어 시작부터 하기 힘들지 않던가.  ‘백일’에는 신화와 무용담이 있다. 곰과 호랑이가 백일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되었다는 그런 신화말이다.  현실에서 백일 안에 곰이 사람이 되는 진화혁명이  일어날리는 없다. 내가 해보니 그렇게 대단한 변화는 가시적으로 생기진 않았다. 그래도 의미 있는 변화는 있었으니 기록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 부기가 빠진다. 

술 마신 다음날 붓기가 안 가라앉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술자리에서 찍힌 사진을 보니 이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었다. 그 사진은 영구삭제. 술은 하루만 안 마셔도 부기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삼일이 되면 피부가 짱짱해진 기분도 들고, 거울을 볼 때 ‘이제 술 끊어야지’라는 반복적인 후회는 안 해도 되었다. 금주 후 한 달이 지난 즈음에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포토샵 보정을 하지 않았지만 봐줄만했다. 새로 찍은 사진들이 나의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  


둘째,  잠을 잘 잔다.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 

잠을 잘 자기 위해 금주를 했다. 술기운에 자는 잠은 질이 좋지 않다. 심란한 꿈을 꾸고 간이 해독되는 새벽에 깨서 잠을 못 이루는 시간이 길어졌다. 새벽 2시에서 6시까지 눈을 감아도 잠을 못 자는 날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쉬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었다. 퇴근 후 컴퓨터를 끄듯이 일의 뇌에서 전원을 끄고 싶어 맥주를 마셨지만, 알고 보니 새벽에는 뇌가 다시 켜져서 피곤하기만 했다. 금주 후에는 잠도 잘 자고 중간에 깨도 다시 바로 잠들고 아침 기상도 수월했다. 수면의 버퍼링이 사라졌다.  


셋째, 식사량이 일정해진다.  

사람이 한 끼에 밥을 세공기 네 공기를 먹진 못하는데, 술자리에서 안주는 정량의 두세 배는 더 먹게 되는 거 같다. 밥배 술배가 따로 있나 보다, 음주를 하지 않으니 술배라는 것을 채우지 않아도 되어 정량을 먹으면 숟가락을 놓게 되었다. 술상에 올라오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의 섭취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속이 편안해지는 편이다.


넷째, 운동의 효과가 좋아진다. 

운동 후에 음주를 하면 운동효과가 없다고 한다. 운동의 플러스된 효과를 음주의 마이너스가 제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효가가 더 크다고 하던데, 그간 운동 후에 술 마시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못 느낀 운동효과를 조금 더 오래 느끼며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섯째, 술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몸무게가 준 것은 아니다. 몸속의 구성은 변한 것 같으나 총량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시간은 아닌 것 같다. 내장지방은 준 것 같은 기분이지만 피하지방은 역시 유산소를 통해서 빼야 하나 보다. 이것도 검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 아닌 느낌뿐이다. 옷의 사이즈가 줄거나 하진 않았다. 그건 역시 식사조절의 문제인 듯.

 

여섯째, 하루의 시작과 끝에 드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숙취와 피로에 급하게 이륙하듯이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 불시착하듯 음주로 착륙하는 일상에서 가벼운 출발과 소프트한 랜딩이 가능해진 정도의 기분이다.  당연히 몸도 마음도 덜 무겁다. 뭔가 하겠다는 것이 큰 결심과 큰 후회나 반성을 동반하지 않아도 잠깐 집중하고 행동하면 되었다.  같은 의미로 인내심도 더 늘어난 거 같다.  감정이 격해지거나 흔들릴 때 그 불씨가 남는 속도가 훨씬 짧아졌다.  이러다가 커피도 끊고 채식과 명상을 하면 도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 정도다. 


일곱째, 술값에 쓰는 돈, 시간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술에 쓰는 비용을 다른 곳에 쓰니 문화적으로 한층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텍스트를 더 많이 보고 글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튼 기분. 술을 끊고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다. 한 달에 구천 원 구독료가 비싸 보였지만, 하루 술값도 안 되는 금액이라 망설임 없이 나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지금도 저녁이면 한잔 할 시간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의 정리가 눈에 보이게 쌓이고 있다. 술 병이나 맥주 캔이 쌓이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쌓이는 글의 리스트를 보면 마음에 한없이 차오른다.

뭘 해보려 했다가, 이런 술병이 쌓인 것을 보면 의지가 꺽여버린다 -출처 나의 해방일지 구씨네 방

백일동안 금주로 얻는 변화의 결론은, 나쁜 방향으로 가속도 붓던 것들이 그 속도를 줄이고 좋은 방향으로 핸들을 틀고 있는 느낌이다. 이 방향에 도움이 되는 음식 조절과 운동을 하면 그 효과가 더 좋았을 것이다. ‘이것을 더 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 자체가 드는 것이 가장 좋은 변화다. 술은 몸에서 ‘독’으로 인식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독이 빠지니 몸과 정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중이다.


인생에 나쁜 것을 하지 말아야 지하는 네거티브 negative 한 사고 중심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더 할 수 있는 파지티브 positve로 생각이 전환된 것이다.  아직 선은 오지 않았으나 악에서 멀어진 것은 확실하다. 변화는 느리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
믿어보자. 근거가 있다



금주일기 목차 

1. 금주를 위한 쉬운 결심

2. 금주하기 전의 나의 음주습관

3. 금주를 위한 준비  (구글 달력,  실패예방책)

4. 금주의 위기들 

5. 금주중의 변화 

6. 금주하니 아쉬운 것들 (정신적 여유를 찾기)

7.100일 금주를 마무리하며 / 100일 이후의 음주계획

 

#책과강연 #백일백장글쓰기 #100-7 #금주일기 #100일금주 #위기극복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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