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건축이라는 단어를 찾기까지-2
나의 인생좌표를 흔든 계기 #1 적정기술
1편에서 밝힌 대로 해외 유명 건축사무소에서 가능하면 오래오래 일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던 2년 차 무렵, 나는 유럽 한국인 과학자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다. 처음에는 건축가가 무슨 과학자 모임에 가느냐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학회인지라 - 겸사겸사 여행으로 간 것이다.
그 학회는 나처럼 불순 혹은 순진한 의도로 참여한 사람은 소수였고 정말 진지하게 유럽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참석한 역사가 꽤 되는 학회였다. 열린 장소도 비엔나의 유서 깊은 장소였다. 시청의 홀이던가, 아무튼 같이 간 유엔스튜디오의 동료인 네델란드인 Toet 이 ‘여기서 모차르트가 연주했을 것이다’며 건축가답게 장소의 우수함을 평했던 격식 있는 공간이었다.
내 인생의 좌표를 흔든 ‘적정기술’이라는 단어를 학회의 모금행사에서 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우주 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박사님이 나와서 자신은 ‘적정기술’의 보급을 위해 모금한다고 하였다.
인상적인 말을 모금 자체가 아니라 그의 설명이다. 본인이 연구하는 우주공학이라는 분야는 생활과 너무 떨어져 있고 과연 나의 과학이 생활에 기여하는지 알 수 없어 허무하여, 과학기술로 주변의 현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기술을 보급하면서 보람을 찾는다는 것.
적정기술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은 있었다. 대표적인 이미지로는 '행복대야'로 불리는 흙탕물 위에 올려두면 깨끗한 물만 걸러지는 바가지 같은 것이었다. 휴대가 간편하고 고장도 잘 안 나고 디자인도 괜찮은 예쁜 그런 느낌의 작은 기술의 도움으로 생활의 꼭 필요한 부분이 밝아지는 그런 기술인 거 같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는 그런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적정기술을 보급하여 생활을 빛나게 해 주겠다는 과학자의 태도가 좋았다. 자신의 전문 분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좋았고, 꼭 첨단의 과학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을 봉사의 차원에서 보급한다니 멋지지 않은가. 그날부터 ‘적정기술’이라는 말이 머리와 가슴속에 스며들며 ‘건축에는 왜 저런 것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덧 붙인 설명에는 적정기술은 90프로를 위한 착한 기술이라는 말도 있다. 그동안 내가 추구해 온 건축은 ‘세계최고’의 ‘가장 최첨단’의 건축이었다. 즉 세상의 상위 10프로를 위한 건축. 박사님이 연구하는 우주공학과 같은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그런 세계다. 90프로를 위한 착한 건축, 그런 것이 건축에는 왜 없을까?
다음은 chat GPT에게 물어본 '적정기술'의 정의 및 예시이다.
적정기술(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은 특정 지역이나 상황에 맞추어 적용되는 기술로, 그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여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빈곤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며, 단순히 기술적 혁신만이 아닌 지역 사회의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합니다.
적정기술의 정의
-현지 적합성: 해당 지역의 자원, 기술 수준, 문화 및 사회적 구조에 맞춰 설계됨.
-저비용: 비용이 낮아 현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음.
-유지 가능성: 유지 보수와 운영이 간편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짐.
-사용 편의성: 교육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음.
-환경 친화적: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함.
적정기술의 활용도 예시
- 태양열 조리기: 전기나 가스를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 태양의 열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저렴하고 유지 보수가 쉽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 휴대용 정수기: 깨끗한 물을 얻기 어려운 지역에서 간단한 필터링 기술을 통해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생명 스트로(Lifestraw) 같은 제품은 휴대가 간편하고 유지 보수가 쉬워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됩니다.
- 자전거 발전기: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이를 통해 전등이나 소형 전자 기기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 흙벽돌집짓기: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흙을 이용해 집을 짓는 기술입니다. 저비용으로 튼튼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채택되고 있습니다.
- 모바일 헬스 케어: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 진료나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의료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 LED 조명: 전력 소비가 적고 수명이 긴 LED 조명은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사용되기 적합합니다. 태양광 패널과 결합해 사용할 경우 밤에도 안정적인 조명 제공이 가능합니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단순히 발달된 형태가 아닌, 그 기술이 적용되는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생활 수준을 향상하고 환경 보호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