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장 Jun 21. 2024

5.  손님과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있는 집 -1

5.  자주오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집  -1

(feat. 허나 너무 편해서 장기투숙까지는 곤란)     


다락은 요가와 춤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손님을 위한 게스트 룸으로 만들어 졌다.       

우주가 완공되면, 손님들이 자주 우주를 찾게 될 것이라고 한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주 부부의 집은 일명 ‘양평 팬션’ 이었다. 또래의 친구들은 도시 생활을 벗어날 용기는 없지만,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는 보통의 사람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양평에 자리 잡은 부부의 집은 시시때때로 찾아가서 쉴 수 있는 나름 만만한 곳이었나 보다.


우주 의뢰인의 요구는 이렇다. 

‘손님은 언제나 반갑다. 같이 주말을 지내는 것은 너무 즐겁고 좋다. 그리고 이왕 오는 손님이니 편하게 쉬다가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편해서 장기숙박인 ’장박‘으로 이어져서 짱박히면 곤란 하다’  

부부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으로 보이지만, 사람들과 있을 때는 기운을 빼앗기고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서 충전할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일상에서도 관계에서도 모두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나 보다.      


손님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인간심리의 복합성과 대립성 (건축주 요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집 설계를 하며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듣다 보면 이런 복잡한 심리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아니 사실 온통 모순 투성이다. 인간의 마음이 그런 것처럼.     


이전에 두 살 터울의 아들을 키우는 친구 부부의 집 ‘온당’을 설계할 때의 일이다. 다락까지 3층인 집이라 계단의 위치가 제일 중요했는데, 처음 계획안은 현관에서 들어와 곧장 이 층으로 갈 수 있는 설계였다. 공간의 낭비가 없고, 층이 독립적인 집으로 만든 계획을 보고 친구의 남편은 이런 요구를 하였다.      

‘계단이 현관에서 바로 연결될 수 없게 해주세요. 

애들이 밖에서 드나듦이 집에서 다 알 수 있게, 꼭 거실을 통해서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방과 방이 연결되어 애들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 “     

이런 요구사항은 듣기에 따라 ‘감시, 통제’라는 단어가 연상되었다. 공간주치의라면 맥락과 의미를 잘 파악해서 의도를 구현하여 불편함이 없게 조율을 해야 한다. 설계 시에 그런 요청을 한 말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다. 친구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인 승재씨는 아이들이 커서 사춘기가 되어 독립성이 생길 때도 아들들과 멀어지지 않길 원하여, 가능한 집에 있는 시간을 가족이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당시 3살 5살인 아이들이 잘 때나 놀 때 나는 소리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초보 부모의 마음을 담은 요청사항이었다.     


그런 숨어있는 마음까지 공간으로 번역하여 설계에 담는 것은 건축가의 의무다. 친구 부부의 마음을 읽은 뒤 계획안은 대폭 수정하였다. 계단의 위치는 집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더 여유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으로써 3개 층에 거쳐 시각적 청각적 소통이 잘 이뤄지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의 수면 공간을 2층으로 집중시키되 부부와 자녀의 방 사이에 공유하는 공간을 넣어 적당한 거리감을 줄 수 있게 하였다. 문을 살짝만 열어 두어도 소리는 들리고, 그 문이 닫히면 아이나 부부나 프라이버시는 보호가 될 수 있게 말이다. 아이들은 곧 자라 독립성이 필요할 것 이며, 부부는 셋째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이미지: ‘온당’의 평면도, 집 중심에 놓인 계단 하이라이트)


우주에서의 1박 2     

우주 의뢰인의 게스트와의 관계에 대한 양면적인 요구사항 (자주오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재밌게 보낼 수 있게! 하지만 너무 편해서 장기투숙까지는 곤란)에 대한 공간주치의 솔루션은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 이름과 같다.

1박2일! 

– 부제 : ‘우주는 너에게 줄게. 하지만 하룻밤 만이야.     

딱 1박만 편하게 할 수 있는 집으로 말이다. 


‘워낙 친한 사람들만 와서 자고가요.

그래서 저희가 방 안에 있어서도 

손님들끼리 냉장고 열어서 식사도 하고 게임도 하고 놀다가요.‘     

하루 저녁 손님이 오고 같이 저녁을 먹고 부부가 먼저 자러 가면 손님들은 늦게까지 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왕 온 손님이니 편하게 있으려면 서로 드나듦이 신경 쓰이지 않고, 먹고 마시는 것도 편해야 한다. 안방과 분리된 화장실도 필요함은 물론이고      

매거진의 이전글 4. 발가벗고 다녀도 안전한 집-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