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 약 23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해양도시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었다. 각종 비즈니스 포럼이 시아누크빌 인디펜던스 호텔 등에서 열리곤 했고, 휴일이면 현지인들이 찾고 싶은 관광지 1순위 중 하나였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어로 된 간판의 고층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카지노와 범죄의 온상이 되더니, 코비드-19으로 중국자본이 다시 썰물 빠지듯 나가는 바람에 짓다 만 건축물들로 가득 찬 회색도시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시아누크빌 대한 키워드는 중국, 카지노, 범죄이다. 현지인들은 이제 베트남 국경 인근의 캄폿이나 켑을 찾는다. 오히려 캄폿에 가면 예전 시하눅빌에 있던 유럽 스타일의 펍이나 레스토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디펜던스 호텔 산책로
최근에 다시 찾은 시아누크빌은 6년 전에 비하면 제법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시내 및 해안가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고, 시내 곳곳에 제법 큰 규모의 쇼핑몰(스타벅스, 버거킹, KFC가 있는)도 들어서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도시로 다시 생기가 돌고 있었다. 아직 쇼핑몰에 손님은 북적이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걸로 보인다. 이유는 바로 다음 달 개통되는 고속도로.
자동차 블랙박스에 녹화된 시하눅빌 거리 모습, 잘 정비된 도로와 짓다만 회색 빌딩들이 대비된다
2022년 7월 프놈펜-시아누크빌 고속도로의 개통
현지 정부는 '22년 7월 187Km의 캄보디아 최초 고속도로인 프놈펜-시아누크빌 간 고속도로를 임시 개통한다고 밝혔다. 시아누크빌과 인근 코롱 섬, 코콩 주가 훨씬 비즈니스, 관광지로 각광을 받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존 4번 국도를 이용하면 프놈펜에서 5~6간 걸리던 시간이 이제 3시간으로 당겨지게 된다. 지금은 캄폿이 프놈펜에서 3시간 이내로 시간 거리가 가까운 바닷가로 많은 프놈펜 거주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 그 자리를 시아누크빌이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남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고 싶다는 롱디망(전 한국 주재 캄보디아 대사, 현 시아누크빌 부주지사)
만능 일꾼, 타고난 대인관계와 열정의 소유자인 롱디망 부주지사를 시아누크빌의 한 Sea Food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중국인들이 짓다 만 빌딩들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했다. 가능하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통으로 사서 다시 개발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 시절, 롱디망
좋은 도시에는 그 도시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우리가 홍콩을 아시아 태평양의 금융허브로 칭하듯 롱디망 부주지사는 시아누크빌을 동남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필자의 회사도 이곳에 지점을 낼 것을 당부했다. 카지노 건물로 가득 찬 시하눅빌 거리에 금융회사 빌딩들이 들어서기는 조화롭지 못하다는 나의 의견에 롱디망 부주지사는 시하눅빌 공항이 인접한 림 국립공원 입구에 멀티 Economic Zone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곳에 금융사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시아누크빌 공항에서 림 국립공원 입구까지 왕복 4차선 신작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물론 이 도로는 캄보디아 해군기지와 연결되는 도로이긴 하지만...
Ream City Project
여의도 고수부지처럼 정비된 serendipity beach와 속하 호텔 사이
시아누크빌의 상징인 황금사자상 부근의 serendipity beach는 나에게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2015년 처음 방문했던 이곳은 씨엠립의 Pub Street처럼 배낭여행 온 유럽 젊은이들로 활기차던 곳이었다. 이곳에는 운치 있는 웨스턴 스타일의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름이 "올리브"었던가 한 피자집에서 메뉴판의 사진만 보고 피자를 인당 1개씩 시켰는데 (조금 과장해서) 가마솥 뚜껑만 한 피자가 두 판이 나왔던 즐거웠던 기억이 있던 곳인데 지금의 그 거리는 조그마한 카지노 호텔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serendipity beach는 잘 정비된 여의도 고수부지처럼 속하 호텔 입구까지 해안도로와 광장이 들어서 있었다.
그날 밤 바타낙 캐피털 타워로 유명한 바타낙 그룹에서 새롭게 론칭한 바타낙 맥주와 크루드 맥주 홍보를 위한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유명한 모든 가수들을 초대했다고 들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소쿤깐야도 함께... 코비드 19가 잠잠해진 캄보디아의 설날(쫄츠남, 4월) 연휴, 주최 측 인사의 전언에 의하면 이 해안도로와 광장에 모인 인파는 5-6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바타낙맥주 콘서트에 참가한 롱디망과 우리 일행, 오른쪽이 쏘쿤칸야
현지인이 사랑했던 조용한 오뜨레 비치
시아누크빌에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주로 속하 호텔(5성급)이나 인디펜던스 호텔(4성급)을 예약한다. 가격은 주말 2인 1실 기준 약 $100~150 수준인데 가성비가 그리 높지 않다. 당연히 TripAdvisor의 Rating도 높지 않다. 오히려 $50~$80 수준의 부띠끄 호텔이 가성비가 좋다. 나는 주로 유럽인들이나 현지인이 많이 찾는 조용한 오뜨레 비치를 선호한다. 그날 바타낙 맥주 홍보 콘서트를 마치고 자정쯤 호텔 체크인을 하려는데 체크인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다. 호텔 보안 직원에게 물어보니 콘서트 보러 갔단다. 다행히 보안직원은 단꿈에 빠져있던 호텔의 오너를 데리고 와서 무사히 입실할 수 있었다. 호텔 오너는 러시아인이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상기한 듯 다소 부끄러운 포정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