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재 Oct 09. 2020

"무조건 예쁜 기타를 사세요"

기타를 시작하는 당신이 사야할 기타

어떤 기타를 사야 하나요?


통기타학원 강사로 일할 당시 가장 많이 들은 질문다.


금전적인 여력이 되면 40~50만 원 정도를 투자해 좋은 기타 한대를 장만하시라고 말해준다.


게 아니면 10~20만 원 기타도 연습용으로 충분히 좋다고 덧붙이면서.


궁금증 많은 수강생들은 디테일한 질문을 이어간다.


브랜드는 뭐가 좋은지, 나무 재질은 뭘 선택해야 하는지, 디자인은 어떤 게 좋은지 등.


러면 이렇게 답한다.


예쁜 기타를 사세요!


"헬로키티나 스펀지밥 그림이 그려져 있는 기타도 좋고요, 빨간기타 파란기타 뭐든 좋습니다.


단, 꼭 마음에 들어야 해요”

야마하의 APX1000 PW 모델



사실 같은 가격으로 좋은 기타를 사려면 멋 안 부린 기타를 사는 게 좋다.


멋을 부리기 시작하면 금액은 쓸데없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테두리에 자개를 두르면 얼마, 핑거보드에 문양을 그려 넣으면 얼마, 나무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페인트칠을 하면 또 얼마 이런 식이다.


그래서 동일한 성능을 가졌다는 가정 아래 스펀지밥 기타는 나무색 수수한 기타보다 얼마간 더 비싸다.


모 악기리뷰에서 '쓰레기'라고 혹평을 받은 스펀지밥 기타


정작 악기로서 중요한 목재, 마감 처리, 내구성 등 기본 스펙에는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셈이니, 객관적으로는 좋은 악기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하얀색 페인트칠을 한 기타나 헬로키티 기타가 마음에 들면 “꼭 그걸 사시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기타를 배워본 사람은 겠지만, 상상 속에선 이미 록스타인데 손으론 나비야 하나 치는 게 그렇게 어렵다.


잘 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되는데 초라소리만 나니, 어느 순간 기타를 손에 잡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된다.


거기서 좀 더 가면 기타를 보기만 해도 야속하다. '이러려고 기타를 산 게 아닌데...'


애꿎은 기타는 결국 중고나라 당근마켓행, 우리들의 새 취미 만들기는 그렇게 실패로 막을 내린다.




마음에 쏙 드는 기타를 사라고 한 건, 기타에 좀 더 애정을 갖길 .


그만두고 싶고, 괜히 음악이 미워지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브레이크를 걸 수 있기를 바랐다.


조금만 더 참고 이 고비를 넘기면 서투르게나마 원하는 곡을 연주하면서 즐거울 수 있으니까.


그깟 목재, 마감 따위가 무슨 대수람. 저가형 기타에선 미미한 차이고 어차피 그만 두면 다 부질 없어지는 것들이기도 하다.


스펀지밥 기타는 모 악기리뷰에서 '쓰레기'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누군가에겐 취미를 만드는 여정에서 최고의 길동무가 되어줄 거다.




여담이지만 기타는 한 번이라도 더 잡아야 실력도 빨리 는다.


손에 쥐고만 있어도 좋다. 이래저래 줄을 누르고 튕기다 보면 악기의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기타와 친해진 사람들은 똑같은 레슨을 받아도 쉽게 이해하고 빨리 배운다.


노엘 갤러거


오아시스의 치프(chief) 노엘 갤러거는 한 인터뷰에서 “노래를 못 만들게 되면 방 한 구석에 기타를 세워 놓을 생각이야. 세워만 둬도 근사하잖아”라고 말했다.


기타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세워두고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는, 그런 기타를 구매하셨으면 좋겠다.


악기와 친구가 되면 어느 순간 팝이나 가요 몇 곡은 럴듯하게 연주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설령 포기도 노엘의 말처럼 방구석 한켠에 세워 두면 근사할테니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건 이래야 되고, 저건 저래야 된다'는 규칙, 법칙, 원칙이 더럽게 많은 세상에서, 음악 만큼은 원하는대로 해도 좋은 성역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적어도 기타를 고를 때 만큼은 마음이 그리는 화살 따라가 보시길!

작가의 이전글 밴드 가뭄 시대…그들은 왜 사라졌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