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가지마행복해떠나지마
작년 요맘때즈음이었을 겁니다.
우리 밴드엔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밴드 시작부터 함께했던 보컬인 은혜가 더 이상 밴드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실이지만, 밴드가 오랫동안 함께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이유와 상황들이 그들을 갈라놓습니다.
자존심 센 뮤지션들이 음악적 견해 차이로 갈등을 겪었다든가 하는 클리셰 같은 이유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우리 밴드는 그런 갈등이-적어도 내가 느끼기엔-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제 곡들에 귀 기울여주고, 같이 고민해 준 멤버들 덕이었겠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하물며 연인 사이에도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잖아요. 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밴드를 대하는 4명 '마음의 온도'가 똑같을 순 없습니다. 누군가는 펜타포트 혹은 그 이상을 원하지만, 누군가는 소소한 취미생활 정도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중간 어디 즈음을 원했고, 다른 누군가는 관망했습니다. 맞고 틀리고는 없습니다. 그냥 각자의 온도가 조금씩 달랐을 뿐입니다.
우리가 겪은 문제는 아니었지만 생계에 대한 문제나 성격 차이 등도 밴드 유지의 암초가 될 수 있겠죠. 그런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그러니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4명의 밴드 멤버들이 오래오래 함께 노래를 불렀더랍니다' 같은 이야기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혜가 나가고 코지앤노이지 보컬은 몇 달 동안 빈자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새로운 보컬 다영이 합류하면서 코지앤노이지는 2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합류 이후 벌써 두 장의 싱글 앨범을 내고 공연도 여러 번 했으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꽤 여러 일을 했군요. 최근엔 어쿠스틱 공연과 EP 앨범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공연장에서 또 음원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코지앤노이지 2기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해결해야 할 일과 맞추고 이해해야 할 것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고 아마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 우리들의 앞날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할 것도 없습니다. 어쨌든 우린 지금도 함께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니까요. 백년해로를 다짐하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팀이 깨질 것처럼 절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퇴근길은 피곤하고, 주말엔 쉬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 인생이 뜻하지 않게 위아래로 출렁일 땐 밴드에 소홀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우리가 같이 하는 동안엔 코지앤노이지에 마음을 다 하고 싶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럴 수 있다면 먼 훗날 할아버지가 됐을 때,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오늘을 예뻤던 한 시절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kozy_noisy/
5th single '눈을 감아줘요: https://www.youtube.com/watch?v=hGidoEwxsG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