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야지, 유니진! 이겨내!”
달릴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네다섯 시간이 걸리는 달리기 동안 지루함을 어떻게 견디냐는 의미일까. 그렇다면 조금 싱거울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나는 달리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 수도 있다. 생각 없이 뛴다기보다는 뛰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특히 빨리 달리는 인터벌이나 다리가 묵직해지는 장거리를 달릴 때면, 뇌가 말끔히 비워진다. 때때로 그 자리에 싫증이 눌러앉는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피어오른다.
“아, 언제 끝나지.”
다시 한번 얘기하자면,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달린다는 이유로 나의 달리기에 대한 애정을 부정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 달리기에는 끝이 있기에 더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달리기의 끝엔 항상 상쾌함과 행복과 뿌듯함이 있다. 기억하건대, 나는 단 한 번도 후회하는 달리기를 한 적은 없다. 달리면 좋다.
짧은 거리나 편한 속도로 즐겁게 달리는 걸 펀런(fun run)이라고 부른다. 대회를 준비하는 시즌이 아니면 나는 대체로 펀런한다. 하지만 매번 편하게 달릴 수만은 없기에, 가끔은 스스로 고통을 주고 행복을 얻는다.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겨내면, 머릿속에 가득하던 수천수만의 싫증은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다.
나를 믿고 해낼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해내고 나면 고통은 쉽게 미화된다. 언제 끝나지, 생각이 들 때면 나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해내야지, 유니진! 이겨내!”
마침내 해냈다고 말하기 위해 매일의 나의 달리기를 이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