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진짜 전문가는 누구일까?

N년 경력이 AI 딸깍보다 못한 시대가 왔다

by 속속

요즘 정말 묘한 기분이다.


ChatGPT한테 "마케팅 보고서 써줘" 하면 진짜로 그럴듯한 보고서가 나온다. 미드저니는 내가 상상도 못한 그림을 뚝딱 그려낸다. 노코드 툴로는 코딩 한 줄 모르는 사람도 웹사이트를 만든다.


그러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그럼 나는 뭐지?" 싶다. N년 동안 쌓아온 경력과 지식이 AI 몇 분보다 못하다니. 이게 맞나?


전문가라는 말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특정 분야를 오래 파고든 사람을 전문가라고 했는데, 이제는 AI가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니까.


아는 것보다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예전엔 "저 사람 진짜 많이 안다"가 전문가의 기준이었다.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느냐가 실력의 척도였다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AI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훨씬 빨리 찾아준다. 그럼 이제 전문가는 필요 없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단지 역할이 바뀐 것뿐이다.


이제 전문가는 '지식 저장소'가 아니라 '지식 연결자'가 되어야 한다. AI가 던져주는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의미 있게 연결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서 아무도 생각 못한 해결책을 만드는 사람.


예를 들어, 마케팅 데이터와 심리학 이론을 엮어서 새로운 캠페인 전략을 만든다거나, 의료 지식과 IT 기술을 연결해서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상한다거나.


결국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느냐'가 중요해진 거다.


강남의 한 빌딩


경험에서 나오는 직감은 여전히 AI가 못 해

AI는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답을 잘 내놓는다. 하지만 아직 '직감'은 없다.


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생기는 게 있다. 데이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각.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는 직감 말이다.


얼마 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AI가 완벽해 보이는 분석 결과를 내놨는데, 뭔가 석연치 않았다. 숫자상으로는 문제없어 보였지만, 경험상 이상했다. 더 파보니까 정말 중요한 변수를 놓치고 있었다.


이런 게 전문가의 진짜 가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득한 깊이 있는 통찰.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능력.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용기.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지만, 전문가는 그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생명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어제까지 쓰던 툴이 오늘 당장 쓸모없어질 수도 있는 시대다.

그래서 요즘 가장 중요한 능력이 '빨리 배우는 능력'이다.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나도 ChatGPT 처음 나왔을 때는 솔직히 좀 무서웠다. "이거 나 대신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에. 하지만 이제는 매일 쓴다. 업무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중요한 건 기술을 적(敵)으로 보지 않고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어떻게 내 전문성과 결합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평생 학습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배우고 성장하려는 의지. 이게 AI 시대 전문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기술을 인간답게 쓸 줄 아는 사람

AI가 점점 강해질수록 더 중요해지는 게 있다. 바로 '윤리의식'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사람이 정하는 거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에게 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예를 들어, AI로 콘텐츠를 만들 때 가짜 정보가 퍼질 가능성은 없는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체크하는 것. 이런 건 기술적 숙련도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단순히 성과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내 전문성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 기술을 인간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는 따뜻한 마음.


이건 그 어떤 AI도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의 고귀한 가치다.


결국 AI 시대에도 전문가는 필요하다. 아니, 더 중요해졌다.


단지 그 의미가 바뀐 것뿐이다. AI가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렛대 삼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끊임없는 학습 자세, 그리고 윤리적 책임감을 갖춘 사람.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AI 시대의 '진짜 전문가'다.


나도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배우고, 고민하고, 성장하려고 한다. AI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전문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