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동네 커뮤니티센터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 근처의 악기가게에서 바이올린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어서 악기 구입에 대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어른용 바이올린만 보다가 아이의 첫 번째 바이올린이 된, 1/8 바이올린은 정말 앙증맞고 귀여웠다. 길이가 맞는지 보느라 악기가게의 점원이 말하는 대로 팔을 뻗었다 바이올린에 얼굴을 대보는 긴장된 아이의 얼굴도 귀여웠다.
꼬마의 바이올린 선생님은 꽤 엄격하신 편이다. 활을 제대로 쥘 수 있고 바이올린을 제대된 위치에 둘 수 있을 때까지 연주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의 연습을 돕기 위해 선생님은 엄마도 교실에 들어와 꼬마가 복습할 때 볼 영상도 찍고 이론도 이해해야 한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선생님은 하루에 3번씩, 한 번에 15분씩, 매일매일 복습과 연습을 시키라고 하시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론수업 중 있었던 일 하나. 선생님은 오선지에 음 하나하나를 그려 넣고는 계이름 대신 G A B C D E F를 아래에 써놓으셨다. 선생님의 설명이 듣고 난 후, "G는 솔 음이지요?"라고 아는 척을 했더니 그렇기 하지만, 여기에선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알려주셨다. 아무도 도 레 미..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신 G A B C D E F G로 통하니 악보 보는 법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라는 말을 쓰지 말고 이곳의 방식인 G A B C D E F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이해하게 도와주라고 하라고 하셨다.
플루트연주가 취미인 나는 자주 악보를 읽는데 음이 눈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언제나 기준은 '도' 음이 된다. 낮은 도, 중간 도, 높은 도. 언제나 도를 찾은 뒤 하나하나 위로 올라가거나 거슬러 내려가곤 하는데 여기에서는 '도'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새로운 나라에 와있는 내가, 새로운 문화, 새로운 관습, 새로운 생각을 받아 들여가고 있다. 이런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의 기준점을 도에서 G로 바꾸듯, 어떤 장면에서 어떤 새로운 기준을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