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KOO RN Sep 18. 2020

간호사는 항상 3교대?

미국 간호사의 다양한 근무 형태

 간호사 하면 뭔가 수식어 처럼 따라붙는 단어 "3교대".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간호사들은 대부분 교대근무를 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3교대가 일반적이다. 내가 일했던 병원도 3교대가 대부분 이었지만, 중환자실이나 일부 병동에서 시범적으로 2교대를 도입했었다. 당시 일했던 병동에서는 한 팀을 2교대로 운영했고 난 2교대를 지원해서 몇 달간 2교대로 일했다. 장점은 한달에 기본적으로 최소 절반 이상은 쉴 수 있다는 점. 단점은 병원에서 사실상 13시간 이상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기에 퇴근 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난 조금이라도 적게 병원 가는게 좋고, 3교대 할 때에 비하면 인계 시간도 짧아(인계 받은 사람한테 다시 주는 경우가 많다!) 퇴사할 때 까지 2교대 근무를 했다.  


 한국에서 간호사의 근무 스케쥴을 관리하는 사람은 파트장님(수간호사)이었고, 그야말로 내 근무 스케쥴은 예측할 수 없었다. 연초에 언제 장기 휴가를 가고싶은 지 묻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 까지 정해서 오프 신청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몇 달 후 일을 미리 계획하는 건 거의 불가능 했다. 급하게 꼭 오프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동료와 근무 교대를 바꾸는 수 밖에 없었다. 설령 아프더라도 내가 빠지면 다른 오프인 누군가가 출근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맘 편히 쉴 수 없다.


 소중한 오프날 다른 누군가를 대신하여 출근한다고 해도 내 월급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의리 혹은 정(?)에 의존해서 꾸역꾸역 가게 된다. 실제로 난 투오프를 맞아 서울 근교로 놀러간 상태에서 병동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아픈 선배 간호사를 대신해서 부랴부랴 서울로 다시 돌아와 출근해야 했다. 싫어도 못간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일할 때 당시 내 근무표


  현재 미국에서 내가 일하는 곳은 2교대 근무로만 운영된다. 미국에 와서 3개월 트레이닝이 끝나고, 처음에는 데이 근무와 나이트 근무를 모두 했다. 트레이닝 기간 까지 포함해서 6개월 정도 데이, 나이트 근무를 모두 하다가 도저히 나이트 근무는 나에게 맞지 않아서 데이로만 일하고 싶다고 했다. 데이가 나이트 근무에 비해서 많이 바쁘긴 하지만, 난 나이트 근무할 때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낮에만 일하는 것이 좋다. 은근히 나이트 근무도 인기가 많고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 등하교 시키기 수월해서 더 선호하는 편이다. 동료들 대부분 데이 혹은 나이트 둘 중 하나로 고정해서 한 가지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근무 스케쥴을 정하는 사람이 별도로 있다. Nursing supervisor(간호 관리자)가 근무 스케쥴에 관여를 하긴 하지만, 근무 스케쥴 담당자가 일차적으로 오프나 다음 스케쥴을 정리하기 때문에 미리 오프 신청하는 것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내가 어떻게 오프를 쓰던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일하는 곳은 근무 스케쥴이 6주 단위로 정해지는데, 정해진 기한 전에만 신청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오프를 받을 수 있다. 본인의 PTO(Paid time off) 만 충분하다면, 한 달의 긴 휴가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또 한가지 내가 느끼는 큰 차이점은, 미국에서는 정규직과 계약직과 같은 개념이 없다. 여기서는 대신  full-time, part-time, per-diem 등의 다양한 고용 형태가 있고 일반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이 길 수록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도 좋아진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경우는 주말만 일하기도 하고, 주중에 원하는 요일을 정해서 주 1-2회 일하고 다른 날은 학교 혹은 다른 일을 하러 가기도 한다. 동료중에 한 분은 봄 여름에 우리 동네에 와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주로 가서 지내다가 다시 그 다음해에 돌아와서 일한다. per-diem 의 경우 한 달에 1-2번 꼴로 일하는 데, 주로 여기서 일하다가 다른 풀타임 직장으로 옮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하는 사람은 이미 일했던 곳이라 익숙하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갑자기 아파서 출근이 어려우면 근무 2시간 전 까지 연락하면 원칙 상 큰 문제가 없다. 일하면서 딱 한번 내 근무날 출근을 못한 적이 있었는데, 오프 날 2시간 정도 떨어진 다른 도시로 놀러 갔다가 폭설로 도로가 막혀 다시 우리 동네로 아예 들어올 수가 없어서 였다. 출근 전날 밤 10시까지 도로상황 보며 걱정하다가 잔뜩 긴장해서 병동에 전화했더니, charge nurse 가 괜히 무리해서 오지말라며 날 안심시켜 주었다.


 크고 작은 일들로 병동 인력이 부족해지면 병원에서 급하게 일할 사람을 찾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가서 일하게 되면 우리 병원의 경우 보통 받는 시급보다 30% 더 받으며 일하고, 동료에게서도 감사의 인사를 수차례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근무형태, 그리고 유연한 스케쥴링이 모두가 비교적 만족하며 오래 일할 수 있게 해주고, 병원 입장에서도 무경력 신규 혹은 새로운 사람을 트레이닝하는 데 쓸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더 이득이지 않을 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 간호사 되려면 수천만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