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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Jan 10. 2019

14. 사과하는 법을 배워라

 나는 평소에 웹툰을 즐겨보는 편이다. 

 처음 인터넷 만화인 웹툰을 접했을 때만 해도 만화책은 책으로 봐야지 어떻게 인터넷으로 보냐고 말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매일 챙겨보는 웹툰이 있을 정도로 웹툰을 즐겨보곤 한다. 언젠가 웹툰의 한 만화 장면에서 주인공의 멘토인 선생님이 자신의 잘못을 제자에게 90도로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장면이 등장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학생인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본 제자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분은 진짜 어른이구나...’     


 갑자기 유치하게 웬 만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현실과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만화나 판타지 소설, SF 공상영화도 그 안에는 저마다 사람들이 갈망하고 공감하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록 그 배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완전히 다른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배신, 사랑과 희생정신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만화에서 작가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잘못에 핑계를 대며 회피하거나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실제 현실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보기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게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려 하기보다는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 어떻게 해서든 핑계를 대며 이 책임에서 회피하려고 한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본능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당연하다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

.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아버지께서는 생일 선물로 나에게 당시 꽤 비싼 자전거를 사주셨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비싼 자전거를 갖게 된 나는 어디를 가든지 간에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나의 자랑스러운 자전거를 뽐내곤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산지 일주일도 체 되지 않은 어느 날 그만 자전거를 도둑맞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의 아이가 대처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황당해하면서도 비싼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아버지가 아는 순간 혼날 거라는 두려움이 더 앞섰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숨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루를 무사히 넘기고 이틀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께서는 자전거가 어디에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흔들리는 눈빛을 들키지 않기 위해 괜스레 시선을 티브이에 두며 대충 어딘가에 잘 두었다고 둘러댔지만 역시 아버지를 속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나를 앞세워 자전거를 보고 가자고 하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화가 난 아버지에게 게임기도 잃었다.      

 만약 내가 자전거를 잃어버린 그날 바로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털어놓았으면 어땠을까? 

 물론 약간의 꾸지람은 들을 순 있었겠지만 사실 잘못한 놈은 자전거를 훔쳐간 도둑놈 아닌가? 아마 아버지께서도 나를 꾸짖기보다는 도둑놈을 실컷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를 속이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숨기려 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이는 단순히 어린 나만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하고 어떻게 해서든 덮으려 하는 순간 그것이 더 큰 화가 되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을 쓴 조던 피터슨은 그의 책에서 8번째 법칙을 이렇게 제시한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그리고 그는 이 법칙을 제시하며 거짓말은 단순히 다른 이를 속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과할 줄 안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정직하게 대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의 나의 부족함을 고쳐 나를 한 단계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선언이다. 더 나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보통 20대는 온갖 자존심과 혈기로 똘똘 뭉쳐있는 시기이다. 

 그래서 20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존심을 지키려 할 때가 많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다 보면 세상 앞에 자신의 혈기와 자존심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때론 오히려 잠깐의 자존심을 지키려다가 더욱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경험하고 알아가기 시작할 때 우린 사과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고치는 것이 그 순간에는 힘들고 어려울지 몰라도 그 길이 나를 더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관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훗날 중년이 되어 사회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서게 될 때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어른스러움을 보일 수 있는 참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30대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법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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