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한테 관대했던만큼 나한테 관대할 수는 없었을까.
나는 꽤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을 북돋워주는 일을 잘하는 편이다.
나한테 고민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친구들도 많고,
그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냥 들어주거나, 해결책을 고민해주거나,
아님 정말 잘할 수 있을거라고,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다.
그냥 그러는 게 좋고, 그게 내 성향에 맞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나는 나도 나같은 친구를, 나같은 존재를 간절히 찾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다 다시 든 생각.
왜 나한테는 내가 이 말을 못해줬을까.
다른 사람한테는 한없이 너그럽고,
다 그럴 수 있고, 괜찮고, 잘될거라고 말해주던 나는.
정작 내 자신한테는
그럴 수 없고,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됐고, 나는 괜찮지 않고,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그 잔인한 말을 계속해서 나한테 들려주고 있었다.
이 자각이 마음에 닿은 어느 날,
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려버렸다.
나한테는 왜 그렇게 못했을까.
왜 그럽게 차갑고, 모질고, 잔인하게 굴었을까.
다른 사람한테 보여줬던 그 따뜻함과 여유를 왜
나 자신한테 보여주지 못했을까.
잘못된 선택을 한 내 자신한테 스스로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무결점이어야하는 내 인생에 큰 결점을 스스로 만들어버렸으니,
고생해도 싸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인생도 없어.
옳은 인생도 없고, 그른 인생도 없어.
그냥 내가 행복한 인생과 선택을 하면 되는거야.
그 선택에 책임지면 되는거고.
너는 결혼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너의 행복을 위해 이혼이라는 옳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오롯이 책임졌어. 그래서 엄청 고생했잖아?
이제 행복해도 돼.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는 거였어. 결혼을 잘못 할 수도 있는 거였어.
괜찮아. 앞으로도 괜찮을거야.
너는 행복할 자격이 충분해.
이렇게 말해줬다면. 진작에.
안그래도 이혼해서 힘들었는데
내가 내 자신을 닦달까지 하느라 두 배로 힘들었던
나한테 미안해서 많이 울었다. 많이 미안했다.
그럴 수 있는 거였다. 그럴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