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다
너무 어릴 때 결혼했고, 너무 어릴 때 이혼했다.
친구들은 한참 자기만 생각하고, 남자 친구와의 연애 고민을 하고 있을 그 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나는 이혼한 돌싱녀가 되어 있었다.
돌싱이라는, 이혼녀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너무 버거운 나이였다.
하지만, 죽을것같이 무서워도 이혼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행복해질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혼을 해야만 살 수 있겠다는 확신,
이혼을 해야 훨씬 더 행복해질거라는 믿음.
나는 외톨이였고, 스스로 위축됐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
결혼의 굴레를 벗어났다는 그 사실,
딱 그 사실만 좋았지
생각보다 자유롭지도,
생각보다 엄청 행복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나를 짓누르는 현실은 그대로 있었고,
이제는 이혼녀라는 꼬리표까지 더해진 셈이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최고의 복수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잘사는 모습을 그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이라고.
너무도 그러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 사람을 미워하기 바빴고,
생각보다 잘 사는 모습은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이혼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이혼에 찬성이다.
너무 힘들다면,
잘못 선택했다면,
죽을만큼 힘들다면,
이혼은 생각보다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도 아니고,
여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삶이 있으며,
이혼녀, 돌싱들한테 아직까지도 세상은 어느 정도의 편견이 있음을.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했다면,
정말 행복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나같은 시행착오를 너무 오래 겪지 않고,
빨리 이혼을 극복하고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이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혼 이후가 중요하다.
결혼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혼 이후가 중요한 것처럼.
그리고 이 글은
그 시간을 혼자 견뎌냈던 나의 찌질하고도 처절한 기록이다.
당신이 이 기록을 통해 조금 더 빨리 행복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