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버린 내 자존감, 그리고 여자로서의 내 자신감
한국 나이로 25에 결혼했고, 28에 이혼했다.
이혼을 하고 났는데도 28. 너무 어린 나이였다.
이혼해도 나는 문제 없어.
충분히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나서 떵떵거리고 잘 살거야.
이런 생각으로 이혼했는데,
사실. 막상 이혼하니 엄청 막막했다.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
겨우 28인데, 남들은 결혼도 한참 남은 나이인데.
그 때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나를
누가 편견 없이 받아주기나 할까.
여자로서의 자신감과
내 자존감 역시 바닥이었다.
첫 사랑과 결혼 했고, 다른 연애는 해보지도 않았던터라
내 남자 경험은 전 남편이 전부였다.
연애도 그 사람하고만 3년을 했고, 결혼 생활 3년.
총 6년의 시간을 그 사람하고만 보냈다.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여자로서 매력은 있는 건지,
어떻게 남자한테 다가가야 하는건지.
이혼 전 막연했던 자신감은 어디가고.
이혼 후에는 현실이 버겁고, 억울하게만 느껴졌었다.
나한테 죄가 있다면,
사랑에 충실했던 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첫 사랑과 연애하고 그 첫사랑을 믿고 결혼을 했고,
그 사람과 맞지 않아 이혼을 했을 뿐인데.
왜 이 연애와 데이팅 시장에서 죄인처럼
쭈그리고 움츠러들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해 여부와는 별개로,
내 자신감은 바닥이었고.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는 싶었음에도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었다.
그 때 친구가 부산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더라.
당시에 꽤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너무 연애에 무관심해 보이던 내가 답답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제안한 친구의 부산 여행을 따라나서서,
부산 명소들을 다녔다.
해운대, 광안리, 각종 관광 명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친구는 나한테 너, 괜찮아 라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내가 갔던 장소마다 한 명 이상씩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남자들이 말을 걸어온 게
별 거 아닐 수는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전엔 임자가 있는 몸이었었으므로,
늘 철벽을 치고 그런 상황이 익숙치 않았었는데.
전남편 말고 나를 여자로 누군가 봐주는 상황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었다.
신기했고, 좋았다.
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타인의 시선과 주목,
그리고 수줍지만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그 모습 자체에
나, 괜찮구나. 이성으로서 매력이 없지는 않구나.
라고 느끼면서 바닥으로 가라앉았던 여자로서의 내 자신감이
점점 회복되어감을 느꼈다.
당시 나는 필사적으로,
내가 여전히 여자라는 걸,
여전히 충분히 섹시한 사람이라는 걸,
여전히 매력있다는 걸
스스로한테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결혼 생활의 상처를
그렇게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것처럼,
나는 그 시간이 꼭 필요했었던 것 같다.
너 아직 여자야,
너 충분히 섹시해.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런 말을 내가 나한테 꼭 많이
들려줘야 했던 시기였다.
다시 열린 연애 시장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
친구가 데려간 부산은
뭔가 나한테 묘한 안도감과 행복감을 안겨줬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이 충분히 섹시하고,
이성한테 매력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 때 그토록 꼭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당신한테도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