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환경과 관련된 산업의 경우 평소 이론적으로는 많이 접할 수는 있지만 실제 현장과 실물을 경험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학기 ‘에너지환경산업 현장의 이해와 실습’ 과정은 실제 산업현장을 직접 보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굉장히 유익한 수업임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이번학기 두 번의 현장학습 기회 중에 마지막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온 현장실습에서 보고 느낀 점에 대해서 지금부터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여러 산업 군 중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업군중에 하나인 철강산업, 그중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일관제철소인 포스코의 포항 산업현장,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꼽히는 원자력 발전소 현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랜 수주 가뭄으로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다가 탄소중립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조선산업 등 이번 2박 3일간의 현장실습 프로그램 내용을 미리 받았을 때 제가 평소에 가장 관심이 있었던 제철소와 원자력 그리고 조선산업 방문의 일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걸 보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현장학습 첫 번째 방문지로서 소개할 곳은 포스코의 포항 제철소입니다. 포스코 홍보관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처음 눈에 띈 것은 철 생산 전체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놓은 모형이 눈에 띄었습니다. 철 생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철광석 원석을 선박으로 운반하는 지점부터 시작하여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석탄(유연탄)을 통해 열원을 만드는 코크스 공정, 그리고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선공정,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공정, 마지막으로 쇳물을 슬라브, 빌렛, 블룸 등의 반제품으로 만드는 연주공정까지 모든 복잡한 공정을 이해하기 쉽게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유일하게 100% 고로방식으로 철을 생산하다 보니, 전기로 방식의 철강생산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이슈에 대해 더 많은 부담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위한 경영을 통해 미래세대와 사회 발전에 공헌을 하겠다는 다양한 책임감 있는 행동과 의지들을 보여주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포스코는 5년 전쯤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단순한 파트너십 관계를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차원의 기업시민 동반성장 활동을 추진하자는 비전을 보여주었고, 더불어 포스코는 과거 철강업 사업 중심체제에서 2차 전지 소재, 수소 등 신성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하며 포스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방문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과 세울 원자력 발전소 현장이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24기의 원자력발전소, 37기의 수력 및 양수 발전소, 60기의 신재생에너지발전소를 가동하는 국내 최대의 발전회사로서 Net-Zero 탄소중립 청정에너지 리더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아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의 경우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해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을 펼쳐 오다 보니 원전 공급망에 대한 부분이 상당 부분 약화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부 들어 원전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무탄소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에 들어섰고,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 및 건설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지금은 국내 새로운 원전 건설과 더불어 세계시장으로 기술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당시 새울 3호, 4호기 건설이 한창이었는데, 현장 담당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대한민국 원전은 1.2m 두께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원자로보다 훨씬 큰 공간을 둘러싸고 있어서 제트기의 충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인 지진/해일 등의 충격에도 안전하다는 것을 실제 모형을 보여주며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전인 APR1400의 경우 2세대 원전에 비해 안정성 측면에서 10배 더 뛰어난 것으로 설계가 되어 세계시장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 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같은 무탄소 에너지발전이 유일한 해결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되며,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원자력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느끼고 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산업현장은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 야드입니다. 6.25 전쟁 직후 1960년대의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이 120 달러밖에 안 되던 최빈국 대한민국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게 해 준 근간의 산업 중에 하나가 바로 조선산업이었으며, 그 시초가 되어 준 기업이 바로 故 정주영 회장의 HD현대중공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형상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보니 대한민국 화물운송의 90% 이상이 배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 조선산업을 세계최강으로 만들어주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야드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투어를 했을 당시 새로 수주받은 4척의 대형선박이 눈에 들어왔고, 그 스케일에 일단 한번 압도를 당했습니다. 제철소 공장을 처음 봤을 때 그 웅장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기억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한민국 조선업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물동량 감소, 해운업 불황, 선박 발주 감소, 일감 부족 등의 악순환 구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중소형 조선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대형 조선사들 마저도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겨우 연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조선업은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세계최강의 자존심을 되찾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대한민국과 같은 자원 빈국이 수소와 같은 차세대 에너지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발 빠르게 기술개발 및 발굴을 해야 합니다. 현대중공업 또한 이러한 시대흐름에 발맞춰 1.5MW급 LNG〮수소 혼소 힘센(HiMSEN) 엔진의 독자적 개발에 성공하며 수소엔진에 첫발을 내디딘 셈입니다. 이 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LNG 수소 혼소엔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2030년까지 수소 비중을 높인 혼소 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에는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해 육 해상 수소생태계 구축을 완성한다는 비전과 계획을 세우며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자국 내에서 독자적인 재생에너지발전 생산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에 미국과 유럽 그리고 재생에너지발전에 유리한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중동 및 호주와 같은 국가와 비교해 경쟁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극복해 줄 유일한 수단 중에 하나가 결국 수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래 수소경제시대가 현실화될 것이고 2050 Net Zero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켜 줄 에너지원이 수소일 것이라는 개인적으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 퍼즐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개발부터 선점을 할 필요성이 있고, 이러한 면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수소 연료 시대 선포는 올바른 선택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사모펀드라는 금융업에 종사하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2050 탄소중립달성 실현을 위한 1조 규모의 ‘기후기술벤처투자펀드(Climate Tech Fund)’ 사업을 론칭하였습니다. 탄소중립기술을 보유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start-up 형태이기 때문에 early-stage단계에서 투자는 수월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다음 단계(growth-stage)까지 생존하여 실제 마켓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가 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와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growth-stage에서는 막대한 자본과 더불어 이들을 상용화시켜 줄 수 있는 지원군들이 필요합니다. 지원군들이라 함은 자본력과 제조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영업망 네트워크가 충분한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 개 대기업도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희 펀드는 단순 펀드라는 표현보다는 연합군이 모여 있는 플랫폼(“Unique Ecosystem”)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탄소중립의 성공적인 실현에 있어서 민간 투자 없이는 정부 예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희망을 저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민간의 수익을 보장하고 탄소중립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탄소중립실현을 더 앞당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포스코, 원자력, HD현대중공업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들도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해 자체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실은 외로부터 더 좋은 기술회사들을 발굴하고 적용시키는 것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2박 3일간의 현장 실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들이 탄소중립달성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더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저 또한 현업에서 Climate Tech 펀드 사업을 하면서 민간자본시장 부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